[세종 뒷담화]행시 재경직 수석, 기재부 대신 금융위行

입력 2015-06-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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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전후 선호도 여가부에 뒤지기도

행정고시 재경직 수석 합격자가 금융위원회로 배치받은 것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행정고시 재경직 합격자는 기획재정부로 가는 것이 당연한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수석 합격자가 금융위 행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2012년 재경직 수석을 차지한 최범석 사무관이다. 최 사무관은 중앙공무원교육원 연수를 1년 유예해 지난해 행시 57회와 연수를 함께 받아 올 초 부처에 배치됐다.

기재부의 위상이 흔들린 것은 세종정부청사로 이전 한 뒤부터였다. 항상 공무원 선호도 1위를 차지했던 기재부가 부처 경쟁률에서 여성가족부에 뒤지는 일도 일어났다. 공무원들이 세종시에 내려가지 않은 여가부, 안행부, 금융위 등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08년부터 최근 부처 배치를 끝낸 2013년까지 재경직 수석 합격자들을 보면 최 사무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재부 행을 택할 정도로 기재부 선호 현상은 여전하다.

2012년에 최 사무관과 공동 수석을 한 최봉석 사무관이 기재부에 배치된 것을 고려하면 매년 재경직 수석합격자가 기재부를 선택한 것이다. 올해에도 2013년 재경직 공동 수석을 차지한 김채윤 사무관과 안경우 사무관이 기재부에 배치됐다.

중앙공무원교육원 수료식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신임 사무관들도 기재부를 선호했다. 2012년에는 수료식에서 1~3등을 차지한 사무관들이 모두 기재부 행을 택했으며 지난해에도 수료식에서 1등을 차지한 정민철 사무관이 기재부에 배치됐다.

관가에서는 이 같은 기재부 선호 현상을 예산과 세제라는 정책 수단에서 나오는 힘이라고 보고 있다.

예산철이 다가오면 기재부 복도에서 시·도지사 등 광역단체장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타 부처에서도 기재부 담당 공무원을 만나려면 적어도 한 직급 이상이 찾아와야 만날 수 있을 정도다. 기재부 출신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입각 후 이뤄진 장·차관급 인사에서 13명 중 5명이 기재부 출신들로 채워졌다.

한 부처 관계자는 “관피아 논란으로 대부분의 부처가 퇴직 이후 갈 곳을 잃었지만 기재부 출신들은 공공기관뿐 아니라 지자체 등 갈 곳이 오히려 늘었다”면서 “과 하나를 신설하는 것은 물론 인원 한 명 늘리는 것도 힘든 타 부처와 달리 기재부의 경우는 과뿐만 아니라 국도 신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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