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불안에도 초당적 협력없이…정치권은 집안 싸움만

입력 2015-06-04 10:30 수정 2015-06-0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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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친박·비박간 서로 헐뜯기…야당과의 갈등·신경전 증폭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전국에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문제를 두고 청와대, 친박(친박근혜)계, 비박(비박근혜)계, 야당 간에 갈등이 커지면서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하고 각개약진에 그치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 중진들은 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전날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던 친박계와 청와대를 향해 시국의 심각함을 강조하며 비판을 가했다. 이재오 의원은 “최근 청와대가 하는 일들을 보면 생각이 있는 정부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며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메르스는 뒷전에 두고 당청 간에 내분이나 일으키고 정부가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를 잘 몰라서 거기까지 이르렀다면 더 논의해서 바로잡는 게 합당하다”며 전날에 이어 비판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는 “이정현 최고위원의 말이 다 옳지만 지금은 시국이 엄중한 때”라며 자제를 요청하고 나서기도 했다.

당정청 회의를 통한 메르스 사태 협력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유 원내대표는 여당이 전날 제안한 당정회의를 청와대가 거절한 데 대해 “어른스럽지 못한 이야기”라면서 불쾌감을 나타냈다. 3일 새누리당은 메르스 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청 회의를 재차 제안했지만 청와대는 “현재로선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또다시 거절했다.

청와대는 야당과도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전날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개정안에 거부권을 시사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너무 호들갑 떨지 않아도 된다”고 평가한 데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을 폄훼하는 것은 국민을 폄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호들갑은 순수한 우리말이고 예쁜 말”이라며 “너무 말에 집착하지 마시라”고 받아쳤다.

결국 정치권은 메르스 사태에 대해 제각기 대책 마련에 나서는 형국이다. 청와대는 메르스 발생 보름 만인 3일 박 대통령 주재로 민관합동긴급회의를 개최했다. 새누리당도 4일 메르스비상대책특위를 구성하고 ‘특위 및 전문가 합동 간담회’를 개최해 대책을 강구했다. 새정치연합 역시 메르스 특위를 구성하면서 독자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한다. 특위는 이날 국민안전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을 찾아 재난안전시스템 가동 현황에 대한 총체적 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이처럼 중대한 시국에서 정부와 여야가 힘을 합쳐도 모자를 판에 상호 비판에 열을 올리며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 메르스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어 불안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정치권이 정쟁에 몰두하면서 국민들의 희생만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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