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를 포기하고 사실상 청산에 돌입하는 팬택 임직원들이 후배 벤처기업을 육성해달라며 십시일반 모은 기부금을 벤처기업협회에 전달했다.
팬택 구성원들은 4일 오후 벤처기업협회를 찾아 ‘벤처창업기업 지원을 위한 기부금 전달식’을 열고, 약 500만원을 기부했다. 1200여명의 팬택 직원들은 사내게시판을 통해 5000원, 1만원씩 모아 500여만원의 광고비를 마련, ‘우리의 창의와 열정은 계속됩니다’라는 제목의 신문광고를 싣기도 했다. 27일자에 게재된 이 광고는 1200여개에 달하는 임직원들의 이름을 나열해 화제를 모았다.
광고를 게재한 매체는 팬택의 취지와 상황을 감안해 무료로 광고를 게재했다. 팬택 구성원들은 이 모금액을 같은 처지에 있는 벤처창업기업에게 도움이 되도록 벤처기업협회를 통해 기부키로 결정했다. 팬택 관계자는 “많지 않은 기부금이지만, 팬택을 이어 훌륭한 벤처기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에 기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협회는 이번 팬택의 기부금을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엔젤투자펀드 구성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팬택 직원들의 창업교육과 재취업 지원을 위해 적극 나설 예정이다.
팬택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하고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법원은 팬택의 법정관리 폐지신청과 관련해 채권단의 의견수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폐지 신청 이후 약 2주가 되는 다음주 쯤 법원의 결과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법원이 팬택의 법정관리 폐지신청을 받아들이게 되면, 팬택은 파산신청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팬택은 파산절차에 따라 청산수순을 밟게 된다.
법원 관계자는 “팬택이 파산에 들어가게 되면 주요 자산을 매각하고 채권자에게 배당하는데 이 업무를 종결하면 회사를 없애게 된다”고 말했다.
팬택 파산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1200여명의 직원들도 독자적으로 생존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팬택은 직원들의 월급 자진 반납과 휴직을 실시하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해 안간힘을 쏟았으며, 기업회생절차 중에도 베가팝업노트를 출시하면서 부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에는 회사 구성원들이 팬택 본사 1층에서 사진전을 열며,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재도약을 향한 열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팬택은 1991년 설립된 국내 대표적인 벤처기업으로 무선호출기로 시작해 휴대전화로 사업영역을 확대했으며 현대큐리텔과 SK텔레텍을 인수해 연매출 3조원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최초 지문인식폰, 세계 최초 메탈 안테나 기술적용 스마트폰 등을 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