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국 하림 회장, 팬오션 '한국판 카길' 승부수 던질까

입력 2015-06-05 06:39 수정 2015-06-05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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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의 '반란'으로 하림의 팬오션 인수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기존 주식에 대한 감자가 포함된 회사의 회생계획안 승인이 팬오션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하림은 감자가 무산될 경우 팬오션 인수를 철회할 방침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하림은 국내 민간기업 중 사료곡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다. 김홍국 회장은 팬오션을 인수하고 한국의 카길(세계 1위 곡물 메이저 업체)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법정관리 상태에서 공개매각을 추진중인 팬오션은 오는 12일 관계인집회를 열고 변경회생계획안에 대한 채권단과 주주의 찬반의사를 묻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림은 팬오션의 채권자 및 주주 등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승인되지 않으면 팬오션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림은 팬오션 재무제표 실사 등을 거쳐 인수를 하려면 1.5 대 1의 감자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채권단과 주주들이 반발하자 법원이 1.25 대 1의 중재안을 냈고, 팬오션은 이를 반영해 변경회생계획안을 내놨다.

현재 회생안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은 우호지분을 모아 변경회생안 부결을 추진 중이다. 만약 팬오션 주주들이 변경회생안을 부결시키고 법원이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변경회생계획의 수정을 요구하거나 인가를 하지 않을 경우 팬오션의 공개매각이 무산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하림은 소액주주들이 요구하는 주주권리 감축(감자) 백지화나 감축비율 완화에 대한 별도의 의견이 없으며 파산법원에 의해 변경회생계획안이 거부될 경우 이를 받아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팬오션은 회생채무 1조1000억원, 선박금융원리금 1조9000억원 등 3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2023년까지 상환해야 하는데 이는 연평균 3300억원 이상 소요되는 규모다.

일각에선 이번 M&A가 성사된다면 팬오션이 법정관리에서 벗어나면서 회생채무의 조기 상환 등을 통해 우량한 재무구조를 확보(부채비율 100% 미만)하고 영업력이 복원되는 등 이른 시일내에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관리종목 탈피,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증가, 유상증자 물량의 보호예수 등 호재들로 인해 주가 또한 크게 상승, 구주주들의 감자 손실도 이른 시일내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곡물분야에 대량의 수요기반을 갖고 있는 하림그룹이 팬오션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와 곡물유통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림은 축산업에 필요한 옥수수, 대두박 등 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곡물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 인프라를 갖춘 팬오션을 인수하면 운송비용을 절감하고, 유통망을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 6∼7위 수준의 곡물 수입국이지만 곡물 조달의 전 과정을 국제 곡물 대형사들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곡물유통사업진출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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