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성장 전망은 유독 다사다난하다.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대내ㆍ외 경제 상황과 함께 정치적 역학관계까지 고려하면서 전망 기관들이 최근 이례적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연구원이 이달 수정 경제전망을 할 예정이다. ‘2%대 후반’, ‘3.0%’, ‘3%대 초반’ 중에서 어느 범주를 선택하든 3.0%를 중심으로 수치 자체의 차는 크지 않지만 한국경제에 던지는 메시지는 상당히 다르다는 분석이다.
5일 경제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경제연구소라고 할 수 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금융연(KIF)은 최근 나란히 경제전망을 두고 이색 행보를 보였다.
먼저 금융연은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기로 한 5월 13일을 이틀 앞두고 전격 일정을 한 달 후로 연기했다. 5월 말 발표 예정이었던 4월 경제지표가 1분기 추세와 다르게 호전될 가능성 때문이란다. 금융연은 정기적으로 4월 말~5월 초와 10월 말쯤 두 번 경제전망을 하는데 이번처럼 전망 시기를 미룬 적은 과거에 한 번도 없었다. 당시 연기 여부를 두고 지난 3월에 새로 취임한 신성환 금융연 원장을 포함해 내부적으로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임진 금융연 연구위원은 최근에도 “경기가 어딘가 막혀 있는 듯 힘이 매우 약해 추세를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며 “통상 경기를 반등시키는 것은 수출인데 수출까지 크게 나빠졌다”고 말했다. 전망 일정을 미뤄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국내 경기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경기 부진, 미 연내 정책금리 정상화 일정, 엔저 등 올해 대외 환경은 어느 때보다 고차원적이다.
KDI의 최근 경제전망도 장고(長考)이 결과물이다. KDI는 지난달 20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기존보다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특이한 점은 구조개혁이 가시적 성과를 내고 확장적 통화·재정정책이 뒷받침됐을 때라는 3가지 전제를 가정해 수치를 내놨다는 것이다.
통상 전망기관들은 세계성장률, 환율, 유가 정도만 전제를 달고 중립적인 예상치를 발표한다. KDI가 올해 성장률을 2%대로 진단했음에도 2%대라고 공식적으로 내놓지 못한 것에 대해, 3가지 전제조건 시행의 중요성과 3.0% 달성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KDI는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KDI가 전망기관으로서의 객관성과 일관성을 잃고, 경기부진과 세수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의 요구대로 3%대를 지켜줬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연은 오는 17일(잠정)에 수정 경제전망을 할 계획이다. 현 3.7%인 올해 성장률 잠정치가 얼마나 하향 조정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연이 2%대로 낮춘다면 한국경제의 저성장 우려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도 사실상 2%대를 내놓았다. 결국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기준금리 인하 요구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금융연의 전망치가 3.1% 이상일 경우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3%대에 대한 확신이 어느 정도 실린 것으로 그나마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밖에 3.0%로 발표되면 올해 성장률이 2%대일지 3%대일지 애매할 정도로 경제상황이 안개 속이라는 것을 뜻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