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무려 87명으로 늘어나면서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메르스 발병국이라는 불명예를 갖게 됐다.
8일 유럽질병통제센터(ECDC)·세계보건기구(WHO) 집계 등을 보면 메르스 발병 건수는 환자 1026명이 나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압도적 1위이고, 이어 한국이 87명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따. 당초 환자 76명으로 2위였던 아랍에미리트는 3위로 내려앉았다.
한국은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확인되고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특정 병원에서 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8일 삼성서울병원에서만 17명 더 나오면서 발병국 순위에서 2위로 한 계단 올랐다. 중동 바깥에서 메르스가 가장 많이 퍼진 나라로 기록됐다.
유럽과 미국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도 국가별 1~4명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메르스(MERS) 단어에서 '중동'이란 뜻의 약어(Middle East·ME)를 떼고 한국 약어(KO)를 붙여 '코르스'(KORS)로 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이례적으로 메르스가 빠르게 퍼진 이유를 초기 대응의 실패와 한국 병원 문화의 특수성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중동에서 메르스에 걸린 첫 환자(68)가 병원에서 대거 바이러스를 옮기고 나서야 보건당국 방역망에 포착된데다 이 환자의 초기 접촉자 확인에 혼선이 잦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감염 관리가 부실하고 가족·문안객 출입이 잦은 병실, 지나치게 북적이는 응급실 등 환경도 메르스 전파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메르스가 가장 많이 전염됐던 곳은 평택성모병원(발생 환자 36명)이고, 삼성서울병원이 34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한편 메르스는 지난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으로 건강한 사람은 자연 치유될 수 있지만, 신장병 등 질환을 앓는 고령자는 감염되면 위험상황을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