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분식회계 저지른 기업 투자자 배상책임 제한해서는 안돼"

입력 2015-06-08 08:31 수정 2015-06-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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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에 '재무구조 악화 예상한 잘못 있다'며 손해액 20%만 인정한 원심 파기환송

주식회사가 분식회계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투자자들이 재무상태 악화 등을 예상했다는 이유로 회사의 배상책임을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투자자 김모 씨 등 86명이 코스닥 상장사였던 ㈜토자이홀딩스(현 프로디젠)와 임원, 이 회사의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삼영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판결로 토자이홀딩스는 1,2심 재판부가 인정한 배상책임 20%에 해당하는 5억1000여만원보다 훨씬 늘어난 액수를 투자자들에게 물어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사업보고서를 거짓으로 기재하는 등의 위법행위로 인해 주식투자자가 입은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사건에서, 자금사정이나 재무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알려진 회사의 주식을 취득했다는 사정은 투자자의 과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씨 등이 토자이홀딩스의 매출액이나 손익구조 변동으로 인한 주가 하락에 대한 위험을 예상했거나,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사정을 과실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며 "원심이 토자이홀딩스의 책임액을 20%로 제한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춰볼 때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바이오 사업을 주력으로 삼던 코스닥 상장기업 토자이홀딩스는 2008~2010년도 재무제표에 관해 삼영회계법인에 감사보고서 작성을 맡겼다. 토자이홀딩스는 이를 토대로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 반기보고서를 제출했고, 이 서류들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됐다. 이 과정에서 삼영회계법인은 재무제표가 적절하게 표시되고 있다는 의견을 기재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토자이홀딩스 대한 조사와 감리를 통해 2011년도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매출과 매출원가가 과대계상됐고, 증권신고서 등이 거짓 기재된 사실을 적발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2011년 9월 토자이홀딩스에 대해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김씨 등은 "허위사실이 기재된 증권신고서와 소액공모 공시서류, 사업보고서 등을 밑고 주식투자를 했으므로 피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김씨 등은 회사를 상대로 25억 6000만원을, 회계법인을 상대로는 13억 600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회사 5억 1000여만원, 회계법인 1억6000여만원의 배상책임만을 인정했다. 1,2심 재판부는 "증선위 감리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도 토자이홀딩스의 재무상태가 악화돼 있었고, 이러한 재무상태가 주가에 일부 반영돼 있었던 점, 토자이홀딩스는 각 사업보고서 제출 전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가 30% 이상 변동됐음을 공시했기 때문에 김씨 등도 회사 주가 하락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에서 투자자 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결의 김광중 변호사는 "투자자들은 재무상태 악화로 인해 하락한 주가에 주식을 매수했기 때문에, 그 손해액에는 이미 재무상태 악화라는 요인이 반영된 것이었는데도 1,2심 법원이 다시 이를 이유로 회사 책임을 20%로 제한한 것은 부당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회사의 책임을 지나치게 제한한 하급심 판결의 문제점을 바로잡은 것으로, 투자자들에게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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