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이 7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개표율 99.4% 상황에서 중도우익 성향의 AKP는 40.8% 득표율로 전체 의석 550석 가운데 과반(276석)에 못 미치는 259석만 얻게 됐다. AKP는 총선에서 여전히 다수당 위치에 있지만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처음이다.
공화인민당(CHP)이 25.1%, 민족주의행동당(MHP)이 16.4%를 각각 기록했다. AKP가 과반에 실패한 것은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의 약진 때문이다. 비례 대표제인 터키 총선은 정당별 전국 득표율이 10%에 못 미치면 이들 정당에 대한 득표는 사표로 처리돼 1위 정당에 추가로 의석을 배정하게 된다. HDP가 12.8%로 기준을 넘겨 78석을 확보하게 되면서 AKP가 과반에 실패한 것이다.
이는 레제프 타이예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타격이 될 전망이다. 에르도안은 총리직 11년째였던 지난해 8월 치러진 사상 첫 직선제 대선에서 승리하고 대통령제로의 전환을 노렸으나 과반의석 확보 실패로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AKP가 연정을 구성해야 하나 3개 야당 모두 이를 거부해 경우에 따라서는 조기 총선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 터키 언론들은 AKP과 극우 성향의 MHP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터키 남동부와 동부에 많이 거주하는 쿠르드족은 경건한 무슬림이 많기 때문에 AKP의 지지기반 중 한 축이었다. 그러나 터키 정부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에 대한 실망감에 표심이 HDP로 향했다.
또 터키 전반적으로 실업이 늘고 리라화 가치가 떨어지는 등 경제 실정에 대한 국민의 불만도 고조된 상태다.
터키가 대통령제로 전환하기 위한 개헌을 하려면 최소 330석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