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삼성그룹,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태스크포스(TF)팀은 최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행보와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TF팀은 엘리엇의 지분 취득 의도가 합병 반대보다 시세 차익을 위한 노림수라는데 무게를 두고 이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사옥에 꾸려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TF팀은 주로 합병에 따른 양사의 시스템, 회계 정책 정리 등 절차상 문제를 논의해 오다 갑자기 등장한 '엘리엇 변수'의 대응책 마련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TF팀은 양사 임원 1명씩과 실무 직원 10여명으로 구성된 상설 조직으로 오는 8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지난 4일 경영 참가를 목적으로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삼성물산 3대 주주(7.12%)로 올라선 엘리엇은 삼성을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삼성물산 측에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 개정을 요구하며 선전포고한 엘리엇은 최근엔 국민연금, 삼성SDI, 삼성화재 등 이 회사의 주요 주주에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국민연금, 삼성SDI, 삼성화재는 각각 삼성물산의 지분 9.79%, 7.39%, 4.79%를 보유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는 엘리엇이 삼성그룹 계열사에까지 합병 반대 요구 서한을 보낸 것은 세력 결집이 쉽지 않은 만큼 단독 소송까지도 염두에 둔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더불어 엘리엇의 행보가 순수한 목적의 합병 반대보다 삼성물산 경영진과의 긴장감을 키워 주가를 띄운 후 주식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셈법이 작용한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현대증권 전용기 연구원은 “과거 삼성물산 주가가 보유 자산가치를 완전히 반영해서 거래된 적이 없어 합병이 부결될 경우 오히려 주가가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물산의 개정 상법상 배당 가능 한도는 2조원 전후로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현물 배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엘리엇의 현물배당 요구는 동의를 얻기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 윤태호 연구원은 “엘리엇이 합병을 원천 무산시킬 지분율 확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어렵지만 합병은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엘리엇은 통합 삼성물산의 주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엘리엇 공세에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최 사장은 지난주 홍콩에서 외국계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이달 7일 귀국했다. 최 사장의 홍콩 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제일모직과의 합병 목적 등을 소개하며 적극적인 IR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각각 7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제일모직이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합병 이후의 사명은 삼성물산이다.
양사는 임시주총에 앞서 오는 11일 주주명부를 확정한다. 이에 따라 10일부터 취득하는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