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코피노(Kopino: 코리안과 필리피노의 합성어)'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단독 김수정 판사는 필리핀 여성 A씨가 한국인 남성 B씨를 상대로 낸 양육비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B씨는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양육비로 매월 30만원씩을 지급해야 한다.
유부남인 B씨는 업무상 필리핀에 출장을 나갔다가 2012년 현지에서 만난 A씨와 교제를 시작했다. 그 해 8월 B씨가 필리핀에서 5일가량 머무르는 동안 A씨가 두 사람 사이의 아이를 임신했고, B씨는 이듬해 5월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백일잔치에도 참석했다.
하지만 그 무렵 B씨가 한국에 있는 배우자에게 아이의 존재를 털어놓으면서 배우자의 심한 반대로 더이상 필리핀에 연락하거나 방문하기 어려워졌다.
정기적으로 보내는 돈이 끊기자 A씨는 B씨를 상대로 아이 양육비 4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또 B씨가 사실혼관계 또는 혼인예약관계를 부당하게 파기했다고 주장하며 위자료 500만원
도 청구했다.
코피노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것은 지난달 28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다. 이 사건에서 1995년부터 2001년까지 필리핀 여성과 동거하며 두 아들을 낳은 C씨는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매달 양육비 50만원씩 지급하게 됐다. 지난해 6월 서울가정법원에서는 필리핀 현지의 코피노가 낸 인지청구소송을 통해 처음으로 혈연관계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