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은 그 어떤 인맥보다 더 끈끈하다. 유년기 진로를 두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치열한 자기 고민을 공유한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학창 시절의 추억을 바탕으로 사회에 나와서도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만의 ‘라인’을 형성한다.
금융권 대표 라인은 경기고등학교다. ‘KS(경기고-서울대)가 아니면 명함도 못 내민다’란 말이 나올 정도로 금융권 K라인은 정치계는 물론 산업, 의학, 법조 등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최경환 부총리 인맥을 타고 대구고가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 서울 경복고, 대구 대륜고, 부산 부산고 등도 명문고로 꼽힌다.
◇“KS 아니면 안돼”… 경기고 金인맥 자리매김 = 경기고는 1900년 개교한 우리나라 최초의 중등학교다. 이 학교를 거쳐간 졸업생만 5만4000명에 달한다.
경기고는 ‘수재 집합소’로 불릴 만큼 걸출한 인재들을 대거 배출했다. 특히 무시험 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1970년대 초반 졸업생들은 각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황교안 국무총리 내정자다. 그는 경기고 마지막 시험세대다. 이종걸 새정치 민주연합 원내대표와 같은 반 친구로 성균관대까지 같이 진학한 막역지우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에서는 김석동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전 금융위원장)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68회 동창생이다.
KDB산업은행에 경기고 출신이 많다. 우선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을 비롯해 신희택정혜영 사외이사가 동문이다. 신 이사와 홍 회장은 1952년생 동갑내기며 정 이사는 1953년생으로 3명의 이사회 구성원이 같은 시기에 고등학교를 다녔다.
이 밖에 김연배 한화생명 부회장을 비롯해 남궁훈 신한금융 사외이사, 이진국 하나금융 사외이사, 하영원 삼성카드 사외이사 등도 경기고를 졸업했다.
경복고도 전통 금융인맥으로 꼽힌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국장(자본시장), 김종준 하나은행 전 행장, 여승주 한화생명 부사장 등이 동문이다.
◇최경환 라인 타고 ‘대구고’ 뜬다 = 최근에는 대구고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모교이기 때문이다. 1958년 개교해 경기고보다 인맥 범위는 좁지만 동창회가 활발해 선후배 사이가 돈독하다.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는 기수는 15회 졸업생들이다. 국민연금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과 KDB산업은행 수석부행장 하마평에 올랐던 김윤태 KB데이타시스템 사장이 최 부총리와 동기동창이다.
1921년 개교해 ‘전통’ 자부심이 상당한 대륜고는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안효진 신한은행 부행장보, 주재중 하나금융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다녔던 곳이다.
2012년 안철수 의원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관심 받기 시작한 부산고의 경우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을 비롯해 김종열 하나금융 고문, 장남식 손해보험협회 회장, 윤순봉 삼성생명공익재단 초대 대표(전 삼성석유화학 사장),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 이종학 한화손보 사외이사 등이 동문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관심을 받기 시작한 서울고는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양성용 삼성카드 사외이사, 최수현 전 금감원장 등이 공부했던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