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동호회를 찾아서] KDB산업은행 ‘주짓수’, 함께 흘린 땀 만큼 친밀감 '업'

입력 2015-06-1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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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지구력·유연성 함께 늘어 만성통증 해소에 업무 효율도 ‘업’

▲KDB산업은행 주짓수 동호회원들은 매주 화?목요일 업무를 마친 후 사내 체력단련실에 모여 채완기 사범(가운데 파란색 도복)으로부터 주짓수 수업을 듣는다. 사진제공 KDB산업은행

무술의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출전하는 UFC 대회의 첫 회 우승자는 ‘호이스 그레이시’다. 일본에서 유도(유술)를 처음 전수 받아 브라질에 주짓수를 정착시킨 그레이시 가문의 후예다. 이와 함께 많은 격투기 대회에서 브라질 유술 수련자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게 되면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짓수 열풍이 불고 있다.

호신무술 주짓수는 이종격투기에선 소위 ‘한 가닥’하지만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이런 주짓수를 배우기 위해 근무시간 외에 짬을 내 일주일에 다섯 번이나 모여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KDB산업은행 주짓수 동호회원들이다.

지난 2013년 9월 창단멤버 6명으로 시작한 이 동호회는 3배 이상 회원 수가 늘어 현재 20명 정도 활동 중이다. 매주 월·수 점심시간에, 화·목 퇴근 후 사내 체력단련실에 모여 국내 최연소 블랙벨트 승급자인 채완기 주짓수 사범에게 수업을 받는다.

수업은 준비운동 20분 후 30분간 기술을 배우고, 10분 정도 스파링을 한 뒤 마친다. 매주 토요일에는 채 사범이 속한 존프랭클 주짓수 네트워크 도장을 찾아 타 회원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스파링을 한다.

창립멤버 이강석 자금운용실 차장은 “기술은 베이직 위주로 배운다”며 “기초인 ‘암바’ 기술을 50번 넘게 배워도 매번 다르다. 주짓수라는 게 그렇다. 똑같은 기술도 포인트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 미묘한 포인트를 스파링, 즉 실전에서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수업 일정이 많아 힘들지 않냐고 묻자, 이 차장은 “운동을 해 본 사람은 안다. 잠깐은 힘들지만 꾸준히 하면 오히려 체력이 강해진다. 기분도 상쾌해져 업무에 도움도 된다”며 “한 번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본인이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출석하면 된다”라고 답했다.

주짓수는 다른 무술에 비해 겨루기, 즉 대련(스파링)이 많은 편이다. 이는 주짓수의 ‘그래플링’이라는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그래플링이란 얽혀서 싸운다는 뜻으로, 주로 누워서 하는 싸움을 일컫는다. 누르기, 관절꺾기, 조르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 차장 역시 주짓수의 이런 매력 때문에 주짓수에 입문하게 됐다. 그는 “주짓수는 다른 무술에서 사용하지 않는 근육까지 사용한다”며 “속근육에서 다중관절까지 골고루 사용해 체력이 강해지는 걸 몸소 느낀다”고 말했다.

이 차장의 주짓수 찬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근력과 지구력, 유연성이 함께 늘어야 한다”며 “원래 일 년에 한두 번 이상 주저앉을 정도로 허리가 안 좋은데 주짓수를 배운 뒤로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목과 어깨에 만성적인 통증이 있어서 파스를 달고 사는 또 다른 멤버 역시 이젠 파스를 안 붙인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주짓수의 장점을 늘어놓던 이 차장이 꼽는 주짓수 동호회의 가장 좋은 점은 회원들끼리 특별한 노력 없이도 쉽게 친해진다는 점이다. 그는 “따로 시간을 할애해 추억을 쌓지도 않았다. 운동만 했을 뿐인데 서로 엄청 친해졌다”며 “운동을 하며 함께 땀을 흘린 사람들 간에 느끼는 친밀감이 강하게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특히 스파링을 할 때는 직급을 떼고 붙는다. 이때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실력이 높은 사람이 훨씬 잘할 수밖에 없다.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 동호회의 목표는 회원이 늘어나 동호회가 커지는 게 아니다. 각 멤버들이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이겨 성장하는 게 목표다. 이 차장은 “검은 띠가 되려면 적어도 10년은 걸린다. 긴 시간이다”이라며 “멤버들에게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작년의 본인과 비교해라’고 말한다. 꾸준한 운동으로 각자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자신을 단련할 수 있는 멤버들이 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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