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임수정, ‘여배우’로 진화하다

입력 2015-06-1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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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선 문화팀 기자

임수정의 필모그래피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행복’(2007), ‘김종욱 찾기’(2010),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등으로 이어졌다. 그녀는 다작하는 여배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CF 활동에 치중하는 ‘신비주의’ 여배우에 속하지도 않았다.

주목할 점은 임수정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가볍게는 ‘동안 미모’의 대표주자라는 칭호부터 여배우로서 그녀가 지닌 색깔, 가치관이 작품을 통해 묻어나오며 지금의 배우 임수정을 만들었다.

영화 ‘은밀한 유혹’으로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임수정은 어느새 ‘여배우’의 향기를 진하게 풍긴다. 빚에 허덕이는 가난한 아르바이트생의 처절함부터 돈 많은 회장을 유혹하기 위한 치명적인 매력의 여성미까지 극과 극의 인물 묘사가 펼쳐진다.

농익은 연기보다 더 반가운 것은 연기에 대한 임수정의 진지한 자세와 깊은 내공이다. 그녀는 “오랜만에 촬영 현장에 있었는데 정말 행복했다. 오감을 열고 새롭게 느껴지는 것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캐릭터로 표현하는 작업이었다. 그동안 연기적인 무게감에 짓눌려 있었다면 이젠 함께 만들어 가는 작업이 즐겁다”고 말했다. 배우로서의 자세와 촬영에 임하는 여유는 전도연, 김혜수 등 걸출한 여배우를 떠올리게 한다.

임수정의 진화는 여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리는 충무로에 단비와 같은 변화다. 치명적인 아름다움 위에 캐릭터를 입히는 과정은 여배우로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숙제다. 영화 관계자들은 임수정이 꾸준한 작품 활동과 노력으로 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는 데 반색하고 있다.

특히 앳됨과 성숙함이 공존하는 임수정의 얼굴은 세월이 지날수록 가치를 더한다. “동안이라고 말해 주면 그저 감사하다. 나이에 맞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지닌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말에서 ‘여배우’의 내공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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