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의 출구찾기] ③'그린스펀의 수수께끼' '버냉키의 긴축발작' 재조명…흑역사 되풀이될까

입력 2015-06-11 10:50 수정 2015-06-1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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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 2004년 금리인상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초래… 버냉키 테이퍼링 시사 ‘취약5개국’ 경기 급랭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연내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이 초긴장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연준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이후 세계 경제에 큰 혼란이 초래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런 악몽이 재연될까 우려하는 것. 중앙은행이 너무 일찍 금리를 올리면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늦게 내리면 버블이 발생할 수 있다.

연준의 역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앨런 그린스펀과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금리 조정이나 통화정책 변화 시점을 놓고 금융시장에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린스펀은 지난 1987년 8월부터 2006년 1월까지 약 18년간 연준 의장을 맡으며 1990년대 미국 경제 호황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그린스펀의 말과 움직임 하나하나에 세계 경제가 움직인다는 ‘그린스펀 효과’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또 그린스펀은 임기 중 두 차례나 금융시장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한 뛰어난 연준 의장이었다. 의장으로 임명된 첫해 일어난 ‘검은 월요일’과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 등에 맞서 돈을 적극적으로 푸는 저금리정책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그는 1994년 이른바 ‘그린스펀 쇼크’로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연준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고자 1991년 이후 무려 17개월간 기준금리를 3%로 유지하다가 1994년 2월 기습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나서 같은 해에 총 여섯 차례에 걸쳐 5.5%로 높였다. 이후 미국 국채와 주가가 급락하고 금리가 치솟으면서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가 파산하고 멕시코 외환위기를 유발했다.

‘그린스펀의 수수께끼(Greenspan conundrum)’라는 말은 금리인상 등 중앙은행의 긴축이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한 변수들에 의해 움직이는지 시사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2004년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시장금리는 오히려 떨어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그 후 3년간 기준금리가 3.75%포인트 인상됐지만 미국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 상승폭은 0.2~0.3%포인트에 그쳤다. 이에 그린스펀은 지난 2005년 2월 의회 청문회에서 이런 현상을 ‘수수께끼’로 표현했다.

원인은 중국 등 신흥국들이었다. 수출 호황으로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던 신흥국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면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수요가 줄지 않아 시장금리가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했던 것이다. 이는 부동산 거품을 촉발해 결국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이어졌다.

버냉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례 없는 3차례의 대규모 양적완화와 ‘제로(0)’금리 정책으로 미국과 세계 경제를 대공황의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이제 연준은 양적완화를 종료한 상태이며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의 길을 밟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버냉키도 지난 2013년 5월, 단계적 양적완화 축소를 의미하는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신흥국 통화가치와 주식, 채권 가치가 일제히 급락하는 ‘긴축발작(taper tantrum)’을 유발했다. 이는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얼마나 연준의 움직임에 민감한지를 확인시켜준 것이다. ‘긴축발작’ 여파로 당시 ‘취약 5개국(fragile 5)’으로 불러던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는 그해 연말까지 수십억 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달러화 대비 자국통화 가치가 최대 30%까지 떨어지는 위기를 겪었다.

그린스펀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또 다른 ‘긴축발작’이 올 것”이라며 “통화정상화는 훌륭하나 그 과정은 매우 험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재닛 옐런 현 의장도 자신과 버냉키처럼 긴축으로 세계 경제에 한바탕 파문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예고한 셈이다.

그린스펀과 버냉키는 통화정책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그린스펀은 시장에 위기가 터지면 바로 요구하는 유동성을 공급하고 다음에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정책을 순환해서 실시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썼다. 반면 대공황 전문가인 버냉키는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적극적이고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금리인상 시기를 놓치고 나서 이후 금리를 너무 급격하게 올려 시장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화정책에 대한 인터뷰를 꺼렸던 전임자와 달리 버냉키는 1년에 네 차례의 연준 의장 기자회견을 정례화하는 등 소통에 힘썼으나 오히려 자신의 발언을 놓고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작용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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