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원자력발전소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저장용량이 초과되거나 운영허가 기간이 끝나기 전에 안정적인 저장시설로 옮기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권고안이 제시됐다. 2051년부터 정부가 처분시설을 운영하고 2020년까지 처분시설 부지나 부지조건과 유사한 지역에 지하연구소(URL) 부지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또 처분시설이 운영되기 전이라도 지하연구소(URL) 부지에 2020년부터 처분전보관시설 건설에 착수해 처분 전까지 보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11일 지난 20개월간 공론조사, 토론회, 라운드테이블, 간담회, 타운홀미팅, 설문조사 등을 통해 2만 700여 명의 의견을 모으고, 35만여 명이 온라인을 통해 공유한 생각을 담아 10가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 권고안’을 발표했다.
공론화위는 지난해 2월 공론화 실행계획을 마련한 뒤 같은해 6월 첫 공개토론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일반 시민과 국회, 전문가 집단 등을 대상으로 여론 수렴 활동을 벌여왔다. 당초 공론화위는 지난해 연말을 끝으로 모든 공식 일정을 마무리짓기로 했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을 두고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자 운용 일정을 6개월 연장, 원전과 관련해 생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는데 집중했다.
공론화위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현재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저장용량이 초과되거나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안정적인 저장시설로 옮기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2051년까지 ‘처분시설을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처분시설 부지 혹은 부지조건과 유사한 지역에 2020년까지URL 부지를 선정, 2030년부터는 실증연구를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과 URL가 들어서는 지역에 주민참여형 ‘환경감시센터(가칭)’도 설치해야 한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기반을 다지기 위해는 △사용후핵연료 연구와 관리기관 지역 내 이전 △사용후핵연료 처분수수료 납부 △자연을 최대한 보존한 도시개발 계획을 세워 실행할 것을 권고했다.
또 처분시설이 운영되기 전이라도 URL 부지에 2020년부터 처분전보관시설을 건설해 처분 전까지 보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항목도 덧붙였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각 원전 안에 단기저장시설을 설치하고 사용후핵연료를 한시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고 공론화위는 설명했다.
만약 원전 안에 단기저장시설을 설치해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경우에는 사용후핵연료 보관비용을 지불하고 투명하고 효과적인 비용적립과 관리를 위해 ‘주민재단(가칭)’을 지역에 설립해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원전 안에 있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해서도 합리적 비용 지불에 대해 정부와 해당지역 간에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론화위는 국제공동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마련을 위한 국가 간의 긴밀한 협력도 촉구했다. 한미원자력 신협정상 허용된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개발을 포함해 방사성폐기물의 독성과 부피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책의 신뢰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사용후핵연료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과 사용후핵연료 관련 기술개발과 단계별 관리를 책임지는‘사용후핵연료 기술ㆍ관리공사(가칭)’ 설립도 제안됐다.
아울러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즉각 마련하고 이를 실행할 범정부 차원의 의사결정 기구인 ‘사용후핵연료정책 기획회의(가칭)’와 실무추진단인 ‘사용후핵연료 정책기획단(가칭)’을 정부조직 내에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홍두승 위원장은 “이번 권고안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법제화된 절차에 따라 국민들의 생각을 담아낸 결실”이라며 “국회토론회를 거쳐 의견을 들은 후 산업부 장관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국회토론회를 거쳐 의견을 들은 후 산업부 장관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용후핵원료는 현재 각 원전의 임시저장고에 저장하고 있지만 2024년이면 모든 저장고가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국내 사용후핵연료 저장 현황’에 따르면 국내 23기 원전에 마련된 사용후핵연료 총 저장용량은 톤으로 1만3807톤의 공간이 사용 중이다. 저장 한계치인 72.3%까지 쌓인 것이다. 특히 고리원전과 월성원전은 포화시점이 각각 2016년과 2018년으로 임박해있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원자력발전소를 대처할 뚜렷한 에너지 대안을 찾지 못하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