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뭄, 한국경제 어디로] 산업계 ‘내우외환’에 한치 앞이 안 보인다

입력 2015-06-12 12:5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극심한 가뭄이 겹쳐 내수 소비는 크게 위축됐다. 수년째 지속되는 엔저(低) 현상에 신흥시장 침체가 더해져 우리 기업의 수출마저 위태롭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외에서 일어난 대형 악재들로 기업들이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보다 더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메르스에…가뭄에…’ 최악의 ‘內憂’= 무엇보다 산업계의 발을 묶은 가장 큰 복병은 메르스다.

한 대기업 임원은 “메르스 사태로 기업 활동이 많이 위축된 게 사실”이라며 “손 소독제를 곳곳에 비치하고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개인위생관리에 적극 노력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심리적인 불안감이 너무 커 정상적인 업무마저 힘든 경우도 있다”라고 털어놨다.

갑작스러운 변수에 놀란 산업계는 단체 행사, 대형 마케팅을 무기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등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임직원들이 사업장 단위의 집단생활을 하는 특성상 메르스가 생산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예정됐던 대규모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를 잠정 연기한 삼성그룹은 각 계열사 차원의 기본 행동수칙 준수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팀장 주관하에 일일점검을 시행해 발열 등 의심증상이 발생하면 즉각 격리조치 하도록 했다. 대규모 국내외 행사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잠정 연기할 방침이다.

LG그룹도 중동 지역에 대한 출장 및 여행과 사람이 많은 장소 방문을 가급적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등 임직원 계도에 지속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

메르스 여파로 기업 활동에 악영향을 미치자 경제5단체가 진화에 나서기도 했지만 역부족이다. 경제5단체는 최근 성명을 내고 “과도한 우려보다는 차분한 태도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시기”라며 “흔들림 없는 자세로 우리 경제의 주름을 최소화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대기업 관계자는 “메르스 확산에 대한 직원들의 공포심이 큰 상황에서 행사나 모임을 회사가 강제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라고 귀띔했다.

메르스로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은 설상가상으로 치솟는 서민 물가에 열릴 기미가 없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어진 가뭄에 양파, 마늘 등 대표적인 양념채소 가격이 전년보다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최악의 작황을 보인 배추 가격은 1년 전보다 3배 이상 뛰어 서민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올여름 특수를 앞두고 많은 인파로 북적여야 할 대형마트, 백화점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메르스와 가뭄으로 서민 경제가 바닥을 맴돌고 있다”고 말했다.

◇엔저 여파 신흥시장 침체에 ‘外患’= 우리 기업의 수출 환경은 갈수록 가시밭길이다. 수년간 지속되는 엔저는 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등 수출 주력 업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자동차업계는 엔저에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대표 기업인 현대자동차는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뒷걸음질 쳤다. 더 큰 문제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도요타 등 글로벌 경쟁사 대부분의 판매량은 증가했다는 점이다.

2011년 이후 중국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샤오미에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애플, 화웨이 등에도 밀리고 있다.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늑장 대응과 방역 실패는 국가 이미지 실추로 이어져 우리 기업의 수출에도 잠재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르스 발병지인 중동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의아해하는 바이어들이 많다”면서 “이러한 시선이 한국 기업에 대한 거부감으로 작용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와 여야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 등 내수 진작을 위한 국가적인 노력이 시작된 만큼 산업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은의 금리 인하 조치는 의외였다”면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희망적”이라고 평가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교통비 또 오른다?…빠듯한 주머니 채울 절약 팁 정리 [경제한줌]
  • 기본으로 돌아간 삼성전자…'기술-품질' 초격차 영광 찾는다
  • "비트코인 살 걸, 운동할 걸"…올해 가장 많이 한 후회는 [데이터클립]
  • 베일 벗은 선도지구에 주민 희비 갈렸다…추가 분담금·낮은 용적률이 ‘복병’[1기 선도지구]
  • [2024마켓리더대상] 위기 속 ‘투자 나침반’ 역할…다양한 부의 증식 기회 제공
  • 어도어ㆍ빅히트, 쇄신 바람 불까…위기 속 등장한 '신임 대표'들 [이슈크래커]
  • “117년 만에 폭설도 못 막지”…올림픽파크포레온 1.2만 가구 입주장 개막에 '후끈' [르포]
  • 목소리 높이는 소액주주…상법개정안 가속 페달 달까
  • 오늘의 상승종목

  • 11.2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2,767,000
    • +1.41%
    • 이더리움
    • 4,926,000
    • +6.07%
    • 비트코인 캐시
    • 716,000
    • +3.62%
    • 리플
    • 2,041
    • +5.59%
    • 솔라나
    • 330,500
    • +2.42%
    • 에이다
    • 1,404
    • +8.08%
    • 이오스
    • 1,123
    • +1.26%
    • 트론
    • 278
    • +2.96%
    • 스텔라루멘
    • 691
    • +10.03%
    • 비트코인에스브이
    • 93,850
    • +1.62%
    • 체인링크
    • 24,710
    • +2.62%
    • 샌드박스
    • 856
    • -0.3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