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윤활유 사업을 하는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매각 작업을 중단하고 기존의 상장 작업을 재추진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지분매각과 관련해 매각 상대방과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최종적으로 협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공시했다. 매각을 중단한 이유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루브리컨츠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왔으나, 이 과정에서 국내 사모투자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매각 협상을 해왔다. 업계에서는 SK루브리컨츠 매각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이 약 2조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SK루브리컨츠 매각은 SK이노베이션의 사업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악재를 만나면서 22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한석유공사 시절인 1977년 이후 37년만의 적자였다.
이에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올해 초 부임한 후 유휴자산과 비핵심 사업 매각을 통해 핵심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관련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8조원대에 달하는 순차입금을 올해 안에 6조원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지표도 제시했다. 탄탄한 실적을 기록해 온 SK루브리컨츠의 매각에 나선 것은 비핵심 사업인 윤활기유 부문을 높은 가격에 팔아 핵심 사업을 강화하고, 재무건전성까지 확보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매입협상을 했던 MBK파트너스도 SK루브리컨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매각 소식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협상 기류에 변화가 온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언론 보도 후 ‘알짜’로 분류되는 SK루브리컨츠를 매각하는 것에 대한 내부의 우려와, 매각 사실이 미리 알려진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매각이 중단되면서 자연스럽게 상장 절차를 다시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2일 SK루브리컨츠의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매각협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심사기간을 약 한 달가량 늦춘 상태다.
SK루브리컨츠가 상장될 경우 약 1조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매각만큼은 아니지만, 상장을 통해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존에 세웠던 하반기 상장 계획을 계속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