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일家양득’으로 행복 찾기

입력 2015-06-1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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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최근 ‘번아웃증후군’을 다룬 방송을 봤다. 번아웃증후군이란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으로 인해 무기력증, 자기혐오 등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독일 저먼윙스 항공기의 고의 추락사고를 일으킨 부기장도 이 증후군을 앓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70% 이상이 번아웃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번아웃증후군의 원인으로 과도한 업무와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지목되고 있다. 장시간 근로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OECD 평균의 1.3배, 근로시간이 가장 적은 네덜란드와 비교하면 1.6배에 이른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GDP/총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 28위로 하위권이다.

이러한 장시간·비효율적 근로 문화를 바꾸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부터 ‘일家양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 방안으로 유연근무제 활성화, 회식·야근 꼭 필요한지 되돌아보기, 알찬 여가 보내기 등이 제시됐다. 가족 친화적 직장 문화를 만들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고 국정과제인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가족 친화적 직장 문화 조성은 기업과 개인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이다. 우선 개인에게는 직무만족도를 높여준다. 근로복지공단은 출근시간을 본인 일정에 따라 선택(오전 7~10시)하고,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퇴근시간을 정하는 ‘탄력근무제’를 2005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또 전일제 근로와 시간제 근로를 자유롭게 전환하는 ‘전환형 시간선택제 근로’도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유연근무는 워킹맘이나 맞벌이 부부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매주 수요일은 ‘가정의 날’로 정해 전 직원이 오후 6시 30분까지 퇴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한 성과를 인정받아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 친화 우수기관 인증을 받기도 했다. 또 지난 4월에 문을 연 인천고객지원센터에서는 가사ㆍ육아를 병행하는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상담사 모두가 시간선택제로 근무하도록 했다. 오전·오후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고, 하루 4시간 30분 근무한다.

‘잘 쉬어야 일도 잘한다’는 말처럼 여가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고 직장생활에 활력을 준다. 공단은 이에 저소득 근로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휴양시설(콘도미니엄)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건전한 가족단위 휴가로 더 나은 여가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가족 친화적 직장 문화는 기업에도 득이 된다. 독일 헤르티재단은 가족 친화적 기업의 생산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30% 정도 높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기업 측면에서도 이직률이 낮아지고,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이미지 제고, 생산성 증가 등의 효과를 가져온다.

적절한 재충전이 없으면 누구나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과 가정생활, 일과 여가활동 등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뤄야 노동생산성도 높아지고 개인의 생활도 행복해진다.

장시간 근로와 비효율적 근로 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다. 하지만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처럼 나 자신부터 끊임없이 변화를 실천한다면 머지않아 우리 모두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업무시간에는 집중하고 퇴근시간을 정확히 지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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