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일본 최대 자동차메이커인 도요타자동차와 손 잡았을 것이란 관측이 피어오르고 있다.
도요타는 16일(현지시간) 아이치현 도요타 시에 있는 본사에서 제111회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5년간의 양도 제한이 붙은 신형주 발행을 위한 정관 변경안을 포함해 7개 회사 제안이 전부 통과됐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주총의 모두 연설에서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최고의 이익을 경신한 것은 고객과 관계자 여러분의 지원 덕분”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역대 주총 중 가장 긴 3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주총의 화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실시하는 개인 상대 전환사채 발행이었다. 앞서 도요타는 지난 4월 5000억 엔(약 4조5000억원) 규모의 ‘AA형종류주식(Model AA Shares)’ 5000만 주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보도했다. 도요타의 전환사채를 사는 투자자는 향후 5년 동안 매각할 수 없고, 5년이 지난 후에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는 도요타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의 개발기간과 해당 주식을 사들이는 시장 참가자들의 투자 시기가 겹치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 주식은 비상장이지만 의결권이 있고, 배당률은 발행한 해에 0.5%, 1년마다 0.5%포인트 상승, 5년 이후는 2.5%가 지급된다. 발행 후 5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하며 주가가 하락해도 발행 가격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이날 주총에서 이와 관련한 정관이 변경됨에 따라 도요타는 7월부터 해당 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일부 주주가 신형주 발행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 관련 정관의 변경안이 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그러나 도요타가 이 신형주 발행 계획에 대해 ‘가치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버핏 회장으로부터 자문을 얻었다는 소식에 힘입어 정관 변경에 필요한 3분의 2가 찬성해 통과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버핏과의 만남을 통해 신형주 발행과 관련한 자문을 받았다. 그러나 이날 주총에서 이 질문이 나오자 아키오 사장은 “이번 의안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며 소문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도요타의 주가는 이 소식과 함께 상승세를 나타냈다. 주총 시작 시점에 8336엔이던 도요타의 주가는 버핏과의 회담 관련 내용이 오가자 8371엔으로 뛰었고, 주총 종료 시점엔 전날보다 0.53% 오른 8455엔으로 상승폭을 늘렸다. 오카산증권의 오바 게이시 수석 투자전략가는 “중장기적인 연구 개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된 것 같다”며 “앞으로 버핏이 도요타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주가를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버핏이 도요타를 차기 투자처로 선택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전혀 사실무근은 아니다. 버핏은 지난 3월 미국 5대 자동차 딜러인 밴타일그룹의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회사명을 ‘버크셔해서웨이 오토모티브’로 변경했다. 밴타일은 미국 10개 주에서 81개 영업소를 전개하고 있다.
그에 앞서 버핏은 지난 1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미국 로스엔젤레스(LA) 돌비극장의 렉서스 딜러 모임에서 도요타 미국 법인의 밥 카터 수석 부사장의 주선으로 도요다 아키오 사장과 만남을 갖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당시 카터 부사장은 버핏이 자동차 딜러 사업 진출을 결정했다는 소식에 이를 환영하는 의미에서 버핏에게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제안했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과는 별도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카터 부사장이 점심을 사겠다고 하자 버핏은 “그럽시다. 치즈버거 먹으러 갑시다”라며 흔쾌히 허락, 두 사람은 할리우드 대로를 걸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들은 버핏의 사업에 대해 주로 얘기를 나눴는데 특히 자동차 사업에 대한 얘기가 주류였다고 카터 부사장은 전했다.
카터 부사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버핏과의 만남에 대해 “친절하고 사교적인 인물이었다”면서도 구체적인 대화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버핏이 인수한 밴타일의 매출은 80억 달러 이상으로 미국 텍사스와 애리조나,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도요타와 렉서스, 사이언 등을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