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금감원 경남기업 특혜 의혹, 메르스 블랙홀에 빠졌다

입력 2015-06-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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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시장국 은행팀장

금융감독원의 경남기업 워크아웃 당시 특혜 의혹이 김진수 전 부원장보의 단독 범행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보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3차 워크아웃 신청을 먼저 제안했고, 대주주의 무상감자 없는 출자전환을 허용하도록 채권금융기관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확인했다.

그러나 성 전 회장과 같은 충청 라인으로 분류되는 김 전 부원장보 윗선의 개입 혐의를 입증할 단서나 정황은 확보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조영제 전 부원장과 최수현 전 원장의 개입 여부는 입증이 안 돼 불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김 전 부원장보만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금감원의 경남기업 특혜 제공 의혹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

당초 금감원의 경남기업 특혜 의혹은 재계와 정치권, 그리고 금융권 전·현직 수장들까지 불편한 연결고리를 형성해 검찰의 칼끝에 온 신경이 집중됐다. 김 전 부원장보의 자택과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 신한은행 등 5곳이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금융권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융권의 경남기업 특혜 의혹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쳤다. 메르스 확산 우려가 정치권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을 비켜가며 수사를 했을 것이란 의심 역시 메르스 블랙홀에 빠졌다.

과연 검찰의 주장처럼 김 전 부원장보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었을까.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는 금융권 수장들과의 회동 일정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 당시 금감원 원장, 부원장, 담당 국장은 모두 성 전 회장과 같은 충청권 인사들이었다. 금감원이 감독권한의 지렛대로 채권단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경남기업에 특혜를 주는 등의 비리 행위가 그냥 덮어진 모양새다. 금감원 내부적으로도 김 전 부원장보가 독단적으로 채권단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팽배하다.

이는 검찰이 결론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김 전 부원장보와 성 전 회장 간의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방증한다. 김 전 부원장보가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성 전 회장에게 인사 청탁을 하면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전 부원장보는 최수현 전 원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다. 지난 2011년 4월부터 기업금융개선국장으로 근무하며 채권금융기관 주도의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사실상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주채무계열의 선정, 재무구조 개선약정체결 및 이행실태 점검,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정기신용위험 평가를 통한 상시 구조조정 업무를 수행했다. 경남기업을 비롯해 STX그룹, 동양그룹, 쌍용건설 등 굵직한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승승장구하던 그가 성 전 회장에게 인사 청탁을 할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경남기업의 워크아웃 과정은 수차례 지적된 금감원 비리의 심각성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윗선에서 이뤄진 압력과 청탁 등은 밝히지 못한 채 김 전 부원장보 선에서 마무리되는 모양새를 볼 때 메르스 정국의 수혜자로 떠오른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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