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칼을 뽑아들었다. 노키아 인수 이후 스마트폰 사업의 계속되는 부진을 참다 못해 핵심 경영진을 물갈이한 것이다.
MS는 17일(현지시간) 하드웨어 사업을 책임졌던 스티븐 엘롭 수석 부사장을 퇴임시키는 등 대규모 경영진 쇄신안을 발표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엘롭은 MS 출신으로 노키아에서 CEO를 맡다가 MS가 노키아 스마트폰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다시 MS로 복귀했다. 그러나 그가 맡은 스마트폰 부문은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나델라 CEO로하여금 결단을 내리게 한 것이다. 그동안 엘롭이 이끌어온 하드웨어 사업은 테리 마이어슨 수석 부사장이 이끄는 운영체제(OS) 윈도 부서로 통합, 윈도·기기 사업부로 재탄생한다. 나델라 체제 하에 엘롭이 지고 마이어슨이 실세로 부상한 것이다.
나델라가 칼을 댄 것은 엘롭만이 아니다. 비즈니스 솔루션 전문 다이나믹스 사업부를 이끌었던 키릴 타타리노프 수석 부사장과 에릭 러더 어드밴스트테크놀로지 및 교육 담당 수석부사장, 마크 펜 수석전략가 등 경영 핵심 인력이 줄줄이 경질됐다. 반면 스콧 거스리 클라우드&엔터프라이즈 사업부 담당 수석 부사장은 다이나믹스 사업부까지 맡게 돼 권한이 더욱 커졌다.
이번 경영진 쇄신은 엘롭의 수완에 대한 실망감이 두드러지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엘롭은 노키아에 있었을 때도 한때 세계 1위였던 휴대폰 사업을 살리지 못해 결국 MS에 팔리게 하는 신세로 만들었다. MS는 노키아와 자사 모두를 잘 알고 있던 엘롭에게 기대를 걸고 다시 스마트폰 사업 부활이라는 중책을 맡겼으나 엘롭은 거의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고 FT는 꼬집었다.
나델라의 전임자인 스티브 발머는 지난 2013년 말 노키아 휴대폰 사업을 사들일 때 무려 90억 달러라는 거금을 쏟아부었다. 애플과 구글에 치인 MS에 새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절박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엘롭의 리더십 아래 MS 윈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계속 떨어졌고 적자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MS는 지난해 하드웨어 사업부를 중심으로 직원 1만80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회사 전체 인력의 약 14%에 해당하는 것이며 회사 사상 최대 규모의 감원이었다.
엘롭은 한때 발머의 후임자 자리를 놓고 나델라와 경쟁하는 사이였으나 결국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대니얼 아이브스 FBR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엘롭의 퇴임은 전반적인 모바일 전략이 전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는 회사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펜과 러더 등의 퇴진은 나델라가 빌 게이츠와 발머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펜은 발머가 마케팅 대표로 영입했던 인재다. 펜은 별도 성명에서 “디지털 마케팅 등에 투자하는 2억5000만 달러 규모 새 사모펀드 대표를 맡게 됐다”며 “발머가 핵심 투자자로 있다”고 밝혔다. 러더는 MS 임원 가운데 가장 연장자에 속했으며 게이츠 MS 설립자의 두터운 신뢰를 받았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