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우려했던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가 현실이 되는 것일까.
18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들의 협의체인 유로그룹에서도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불발됐다. 유럽연합(EU)은 협상 실패 소식이 전해지자 마자 오는 22일 긴급 정상회의를 소집했다. 여기서도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협상 마지막 테이블로 꼽히고 있는 EU정상회의(25~26일)까지 핑퐁게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로그룹에 참석했던 각 국의 재무장관들은 협조적이지 않은 그리스의 태도에 대해 하나같이 비관적인 입장을 내놨다.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은 이날 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의 조치들이 재정수지 목표를 달성하기에 부족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면서 “그리스에 며칠 안에 새로운 협상안을 제출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스 요르크 쉘링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게임은 끝났다. 그리스는 모든 제안을 그저 거절만 하고 있다”면서 비관적인 어조로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안티 리네 핀란드 재무장관 역시 “막다른 골목에 도달한 것 같다”고 말해 그리스와 국제채권단간 이견차가 컸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그리스는 당장 오는 30일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16억 유로(약 2조원)의 빚을 갚아야 한다. 상환 만료일까지 보름도 채 안남은 가운데 IMF는 만기일 연장은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못 박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날 회의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그리스의 상환일은 오는 30일이며 유예기간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그리스 내부는 이미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디폴트를 우려한 그리스 국민들이 은행 예금을 인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사흘동안 그리스 은행에서 20억 유로(약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예금이 빠져나갔다. FT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한 한 은행 관계자는 “약 100억 유로가 빠져나갔던 지난 1월 상황으로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은행들에 제공한 주간 단위의 긴급유동성지원(ELA)한도는 10억 유로. 그리스 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지난 1월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조만간 자본 통제 조치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