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증시 긴급 진단] ②의미없는 거품 논쟁...왜?

입력 2015-06-19 15:45 수정 2015-06-2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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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과의 디커플링 현상·신용거래 급증·고 가치평가 등이 주요 원인

‘중국 증시는 과연 거품일까.’

이유 없는 고공행진과 함께 중국 증시에 대한 거품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 증시에 거품이 팽배해있으며 조만간 꺼질 것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속출해 거품 논쟁을 무색케 하고 있다.

우선 중국 증시는 상하이종합지수가 나타내는 것보다 훨씬 과대평가됐다고 분석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주식시장의 벤치마크 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의 밸류에이션이 지나차게 높다고 평가했다. 현재 상하이종합지수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9배로 5년래 최고점에 근접해있지만 이는 지난 2007년 버블 당시의 36배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상하이종합지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식의 94%가 지수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됐고, 그 결과 가격이 낮은 은행주의 비중을 높였다는 것이다. CLSA의 전략가인 프란치스코 청은 “현재 시장은 2007년보다 붕괴하기 쉬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중국 주식시장이 신흥시장과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것 또한 중국증시의 거품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신흥국 증시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중국증시는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경제성장률 등 모든 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신흥시장 역시 중국 경제지표와 같은 길을 가고 있지만 중국증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원자재 시장이 침체하는 상황에서도 유독 중국 증시만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중국 증시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중국 당국의 부양책에 대한 버블 혹은 중국 성장 동력이 중공업에서 소비재 중심으로 전환됐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두 가지 모두 현재의 중국증시의 상황을 대변할 수 있지만, 현재 중국 경제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상황에서 거품이 낀 주가 밸류에이션은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즉 어느 한 쪽이 조금만 틀어지면 거품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후강퉁(중국 상하이-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 도입에 따라 급격하게 증가한 해외자금 규모와 신용거래 투자자 급증 역시 중국증시 거품의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17일 기준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주식담보대출 미결재 잔고는 전일 대비 0.5% 증가한 1조4800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출을 통해 주식을 매수하는 신용거래 규모가 더 증가했다는 것을 뜻한다.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급등한 중국증시를 통해 단기간 최대 이익을 얻고자 돈을 빌려 주식 투자를 감행하는 것이다. 결국 증권 당국은 투자 과열을 막기 위해 메스를 들었다. 중국증권규제위원회는 증권사들에 대해 신용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 중국 증시의 변동폭이 커진 것은 물론 거품도 빠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레디트스위스 빈센트 챈 수석 중국연구원은 “중국증시의 하루 변동폭이 큰 것은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중국 증시는 16일과 18일에 3%대의 급락세를 보였다.

올들어 중국 증시의 고공행진이 계속되자 미국 증시에 상장했던 중국 기업들이 자국으로 되돌아갈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거품을 부추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미국 증시에 상장했던 중국 기업 중 11곳이 상장폐지 계획을 발표했으며 금액상으로는 134억 달러(약 15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불과 1곳 만이 상장을 폐지해 6억6000만 달러가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 업체는 상장폐지한 근본적인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은행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이 중국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미국에서 상장을 폐지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국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올 들어 60% 가까이 상승했다. 기술주와 성장주가 몰려있는 선전증시의 상승폭은 그보다 훨씬 크다고 WSJ는 전했다.

또 주요국 중앙은행의 완화기조도 자산가격 팽창으로 이어지고 있다. 뉴질랜드와 한국이 최근 금리를 인하하는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 중앙은행의 움직임이 그렇다. 뉴질랜드의 경우, 대도시 부동산 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금리인하를 결정했다. 한국은행도 사상 최고 수준인 가계부채 수준을 더욱 높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인 주가 상승을 견인해온 중국 당국도 경기 부양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HSBC의 프레데릭 뉴면 아시아 경제 리서치 책임자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 있다”며 “추가완화가 버블을 부추길 위험이 있지만 수수방관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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