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찾아간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독지리에 위치한 2700평 규모의 체리 농장에는 체리 수확이 한창이었다. 이 곳에서 2003년부터 체리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기태(60) 공선출하회 회장은 “체리 품종 개발을 위해 일본 북해도와 터키까지 견학하고, 국내에 들여온 이후 초기에 농사를 망치는 등 시행착오를 겪고나서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 출하되는 체리는 선별 작업을 거쳐 5g 이상만 경기도 농산물 공동브랜드 ‘잎맞춤’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유통된다.
김기태 회장은 국산 체리가 초기 시설투자를 제외하면 노동력이 거의 들지 않고, 포도 대비 농가 소득이 1.5배 정도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식재 후 5년 후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김 회장의 얼굴에서 수확의 기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경기도에서만 10톤 규모, 전국적으로 300톤의 체리가 생산되고 있지만, 사람들이 체리는 수입산이라고만 알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자유무역협정(FTA)로 인해 수입 체리가 많이 밀려들어온 탓도 크다. 미국산 체리는 2011년 4982톤에서 지난해 1만3359톤으로 3년새 168% 수입량이 급증했다.
서울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과일별 거래금액 비중 변화는 수입과일 비중이 대부분 증가했고, 체리의 경우 5배로 증가폭이 컸다. 전통저인 국산 다소비 과일 대부분이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체리 등 수입과일이 증가해 국내산 과일 소비를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한미 FTA 발효로 24%에 달했던 관세가 철폐된 2012년 이후 값싼 수입산 체리가 들어오면서 1kg당 3만원 하던 국산 체리 소비자 가격이 1만600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현재 국산 체리는 포장 한 팩당(250g) 5900원으로, 수입산보다 20% 정도 비싸다.
실제 국산 체리와 수입 체리를 직접 비교해보니 수입 체리는 크기가 더 크고 단단하며, 붉은 핏빛을 띄는 반면, 국산 체리는 앵두 같은 다홍빛에 가까웠다. 수입 체리는 유럽 품종이고 국산 체리는 일본 품종이기 때문에 색깔이 다르다는 것이다. 국산 체리는 당도도 수입체리에 비해 높아 달고 부드러운 맛이다.
또한, 수입 체리의 경우 꼭지가 말라있거나 떨어져 있음에도 썩지 않고 단단한 것도 눈에 띄었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국산 체리는 무농약 재배를 하고, 방부제 처리를 하지 않아 더욱 싱싱하다”고 이야기했다.
체리 농가들은 국산 체리가 수입 체리보다 차별화된 품종으로 경쟁력이 있음에도, ‘체리는 수입산’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국산 체리를 마땅히 부를 명칭이 없다는 것을 아쉬워했다. 앵두보다는 크기가 커서 앵두는 아니고, 버찌와도 다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앵두체리’로 부르면 어떠냐는 의견도 나왔다.
김 회장은 “수입산 체리가 포도, 참외 등 다양한 국산 과일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안타깝다”며 “우리 체리를 많이 사랑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