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그리스 긴급 유동성 지원 한도 상향…22일 EU 정상회의 주목

입력 2015-06-2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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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은행, 이번 주 50억 유로 예금 빠져나가…“그리스, 지원이냐 디폴트냐 선택 지점에 다가가고 있어”

▲그리스 아테네의 한 현금인출기 앞에서 19일(현지시간) 사람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주 빠져나간 예금이 50억 유로에 이른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불확실성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시중은행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에 대한 대비책을 펼치는 등 불안이 커지고 있다.

ECB는 19일(현지시간)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ELA) 한도를 17억5000만 유로(약 2조1936억원) 상향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지난 17일 한도를 11억 유로 높인 데 이어 이틀 만에 다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에 ELA 한도는 859억 유로로 확대됐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로 현지에서는 예금자들이 앞다퉈 돈을 인출하고 있다. 이번 주에 약 50억 유로의 돈이 인출됐다. 특히 이날 15억 유로가 넘는 예금이 빠져나갔는데 이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가 들어선 지난 1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당초 그리스중앙은행은 ECB에 35억 달러 상향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ECB의 정기 정책위원 회의가 열리는 24일까지 버틸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ECB 내부에서 파산 가능성이 있는 금융시스템에 돈을 퍼붓는 것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ELA 한도 상향 규모가 그리스가 요구한 것의 절반에 그쳤다고 FT는 전했다. 현재 ELA 규모는 뱅크런 발생 시 현지 은행들이 22일까지만 버틸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FT는 덧붙였다.

시장의 관심은 22일 열리는 유럽엽합(EU) 긴급 정상회의로 쏠려있다. 시간이 촉박해 이번 정상회의에서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스는 이달 말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종료돼 분할금 72억 유로를 받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이달 갚아야 할 채무 16억 유로를 전부 말일로 연기한 상태이며 IMF는 만기 유예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그리스 정부는 채권단과의 협상 타결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리스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으며 그리스 정부는 내가 보기에는 좋은 제안인 계속되는 지원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디폴트로 향하느냐 하는 선택 지점에 다가가고 있다”고 엄포를 놨다.

그는 또 22일 정상회의에서 결론이 날 것이라는 전망을 일축하면서 “이번 회의가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의 마지막 단계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그리스중앙은행은 22일 정상회의에서 아무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에 자본 통제를 요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편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금융지원은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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