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푸본그룹, 현대라이프 유상증자 참여 배경은?

입력 2015-06-23 13:36 수정 2015-06-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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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인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의 2대주주로 대만 푸본그룹이 올라선다. 지속되는 재무건전성 악화로 인해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푸폰그룹 자회사 ‘푸본생명보험(Fubon Life Insurance)’이 참여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지속적인 자금 지원에도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현대라이프에 자금지원을 더이상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현대라이프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경우처럼 단순한 지분참여가 아닌 글로벌 파트너십을 만들어갈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라이프는 지난 22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푸본생명보험을 대상으로 22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푸본생명보험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현대라이프의 지분 48.6%를 확보하게 돼 2대주주로 올라설 예정이다.

현재 현대라이프의 1대주주는 현대모비스로 지분 58.84%를 보유하고 있고 2대주주로는 현대커머셜(39.65%)이다. 하지만 이번 증자로 인해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의 지분은 3.28%, 20.38%로 각각 줄어든다.

증자로 인해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의 지분은 감소하지만 양사의 지분을 합치면 50.66%로 여전히 현대라이프의 1대주주 위치를 확보하게 될 예정이다.

지난 2011년 현대차그룹이 녹십자생명을 인수해 탄상한 현대라이프는 보수적인 보험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정태영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등재되면서 지난 2013년 2월 현대카드·캐피탈의 색을 입힌 '현대라이프 제로' 시리즈를 출시했다.

'현대라이프 제로'는 기존 설계사들이 보험상품을 판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마트 등에서 소비자가 직접 보험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현대라이프는 공격적인 영업에 박차를 가했지만 좀처럼 실적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32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현대라이프는 2013년 315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는 적자폭이 두 배 이상 커진 870억원을 기록했다.

적자폭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 3월말 현재 현대라이프의 RBC비율은 134.5%로 전분기대비 17.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2014년 6월말 181.6%와 비교하면 1년사이에 47.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현대라이프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자 현대차그룹에서도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현대라이프에 지원된 자금은 인수 대금 2316억원과는 별개로 3000억원에 달한다.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이후 후순위채 투자 등을 통해 110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라이프의 구원투수로 대만 푸본그룹이 등장하면서 업계에서는 더이상 현대차그룹이 현대라이프를 지원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특성상 본격 출범 후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기 까진 최소 5년이 걸리지만 3년만에 외국계 자본에 손을 벌리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고정적으로 사용되는 사업비가 많기 때문에 이를 상쇄하는 보험료가 유입되기까지는 적어도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며 "현대차와 기아차의 시장 점유율 하락과 엔화 약세 등으로 현대차그룹의 위기론이 붉거지고 있어 더욱 의구심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라이프측은 단순한 지분참여로 그치지 않고, 자산운용 기법과 상품 및 판매채널 개발에 대한 전략을 공유하며 성공적인 글로벌 파트너십을 만들어가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금융 자회사들은 유력한 글로벌 파트너들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현대캐피탈은 2004년에 GE를, 2009년에는 산탄데르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현대카드는 2005년에 GE와 손 잡았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푸본생명은 금리연동형 연금상품과 장기간병보험 등 신개념 상품을 통해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와 저금리 환경을 이겨낸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이 국내 보험시장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는데 좋은 벤치마킹과 협력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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