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기량, 춤이 좋아 시작한 치어리더 “롯데 우승 때까지 할래요”

입력 2015-06-2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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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량.(사진=정수천 기자 int1000@)

“춤이 좋아서 시작했어요”라고 말하는 박기량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어렸을 때부터 춤을 좋아했다는 박기량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치어리더를 만났다. 치어리더가 보여준 사진은 어린 박기량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는 “사진 속 치어리더가 뛰고 있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춤을 공짜로 배울 수 있는 것도 좋았어요”라며 웃었다.

어린 나이에 처음 시작하는 사회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모두 여자인 것도 힘들었고, 사소한 규칙 하나에도 익숙해지는 일은 쉽지 않았다. 걸레질도 17세 막내에겐 버거웠다. 박기량은 “지금도 잘 안 해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생소한 스포츠 룰을 익히는 것도 어려웠다. 그는 “2007년부터 2년 동안 농구와 배구를 했어요. 처음에는 룰을 몰라서 자리 실수를 많이 했죠. 지금도 그때 영상 보면 부끄러워요”라며 수줍어했다.

▲박기량. (사진=정수천 기자 int1000@)

박기량은 아직도 첫 무대가 기억난다고 말했다. 그는 “첫 무대는 프로스포츠가 아닌 일반 공연행사였어요. 부산의 밀리오네나 르네시떼 같은 곳에서요. 처음엔 너무 부끄럽고, 동작도 작고, 몸이 굳었어요”라고 고백했다. 이어 “워낙에 춤을 좋아하고 장기자랑도 해봤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 나서는 건 처음이었어요. 웃어야 하는데, 전혀 안 웃고 췄어요”라고 덧붙였다. 박기량은 “운이 좋아 처음부터 앞자리에 섰어요. 그래서 많이 틀렸어요”라고 겸손을 떨었다.

하지만 박기량은 곧 프로무대에 올랐다. 팀장이 박기량의 춤 실력을 보고 프로농구에 투입했다. 첫 프로무대도 실수 투성이었다. 그는 “경기 중간에 나가 하는데, 언니들이 ‘나가’라고 외쳐도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도 몰라서 많이 고생했어요. 제가 팀장이 되고 나니, 그때 선배들이 저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박기량.(사진=정수천 기자 int1000@)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 도움됐다. 노하우도 많이 쌓이고, 배운 것도 많았다. 박기량은 2011년 첫 치어리더 팀장을 맡았다. 그는 “원래 팀장이 아파서 자리를 비웠어요. 그래서 제가 안무도 맞추고, 일정도 관리하다가 자연스럽게 팀장이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너는 아직 언니들에게 예쁨받아야 할 때인데 잘 할 수 있겠어?”라며 주변 사람들의 걱정도 쏟아졌다. 그럴수록 박기량은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그는 “누구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그런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처음 맡은 팀장 업무가 어려워 일이 느렸다. 그래서 새벽부터 출근했다. 안무는 더 정교하게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1년이 지나고 나니, 잘한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박기량은 “처음에는 정말 많이 울었어요. 힘들고, 사건 사고도 많이 터져서. 하지만 이 일은 좋고, 이 상황은 피할 수 없어서 무조건 열심히 했어요”라고 회상했다.

박기량은 팀원을 관리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친하게 지내던 팀원과 친구들에게 지시하는 입장이 되는 것이 불편했다. 화를 못 내는 성격도 한 몫 했다. 박기량은 “처음에는 친구 같은 팀장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게 힘들어요. 팀이 제대로 안 돌아가요”라며 “제가 화를 못내서 혼내는 게 짜증 내는 것으로 보였을 거에요”라고 말했다. 화는 못 내지만, 확실한 원칙은 있다. 그는 “다른 사람 앞에서 혼내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박기량도 다른 사람 앞에서 혼날 때 주눅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차라리 1대1로 혼내면 좋겠다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도 쓴소리는 못 하겠어요. 조금 더 노하우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여전히 힘들어요”라고 덧붙였다.

▲박기량. (사진=정수천 기자 int1000@)

치어리딩을 하는 순간은 즐겁다. 박기량은 “응원석 위에 올랐을 때, 팬이 가득 차있으면 신난다. 팬이 저에게 보내는 힘이 전해지는 느낌이다”라며 웃었다. 그는 “응원이 정말 잘 되는 날이 있어요. 그런 날은 항상 이겨요”라고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흥겨운 응원가로 유명하다. 응원곡에 가사도 많지 않고, 멜로디도 익숙하다. 반복적인 구조로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 강민호 선수의 등장음악인 ‘난 네게 반했어’와 강민호 선수의 응원가가 대표적이다. 박기량은 “유치원생도 따라부를 수 있는 쉬운 곡들이에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등장음악을 보면 선수들 성격을 알 수 있어요”라며 “클럽 음악이 나오는 선수, 트로트가 나오는 선수 등 다양해요”라고 말했다. 박기량은 “황제균 선수가 ‘섹시한 남자’를 골랐어요. 처음엔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팬이 모두 따라불러서 좋았어요”라고 고백했다.

▲박기량. (사진=정수천 기자 int1000@)

응원곡에 맞춰 매력적인 치어리딩을 선보이기까지는 고된 훈련이 뒤따랐다. 박기량과 치어리더는 새로운 안무를 익히는데 5시간, 기존 안무는 3시간 동안 연습한다. 프로야구 시즌 중에는 휴일이 거의 없다.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 집중적으로 연습한다. 박기량은 “교대로 쉬긴 하지만, 저는 쉬는 날에도 사무실에서 일해요. 연습생을 가르치거나. 이제는 몸에 배서 괜찮아요. 그냥 이렇게 사는구나 싶어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날 박기량의 무릎엔 무릎 보호대가 감겨있었다. 격한 치어리딩으로 생긴 부상이다. 그는 항상 부상을 달고 산다. 박기량은 “무릎과 양쪽 어깨가 모두 안 좋아요. 답답해서 울기도 해요. 저 정도 키면 뼈가 두꺼워야 하는데, 뼈가 얇아서 다칠 수밖에 없어요”라며 탄식했다. 치어리더 생활을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몸이 먼저 무너지는 것이 두렵다. 그만둔다는 생각을 하면 먹먹하다. 그는 “항상 ‘롯데가 우승할 때까지 할거에요’라고 말해요. 그런데 몸이 버텨줄지가 걱정이에요. 그만두면 너무 그리울 것 같아요”라며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박기량.(사진=정수천 기자 int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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