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의 미디어버스(media-verse)]“우리가 고민할게,뉴스의 미래”

입력 2015-06-2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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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기획취재팀장

요즘 기자라는 직업인으로서 필자의 고민은 깊다. 우선 생각보다 이른 시일 내에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미 로봇(알고리즘)이 쓰는 기사가 적잖다. 융통성이라곤 없겠지만 그래도 고지식하게 자동화된 기자(알고리즘)들과는 감정 소모를 하지 않아도 되니 조직 관리엔 좋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상황이 이러한데 ‘언론인 우대’를 들고 나온 기업들이 있다. 애플과 트위터, 구글 등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사재를 털어 워싱턴포스트(WP)를 샀을 때만큼 생경하다.

IT 기업들의 공고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애플은 최근 “5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는 언론인을 뽑겠다”고 공고했다. 올 가을에 나올 새 운영체제(OS) iOS 9에 뉴스 애플리케이션을 장착하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것인데 이미 뉴욕타임스(NYT), 가디언 등의 언론사로부터 기사를 받기로 계약했다고 한다. 알고리즘보다 더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가치 있는 기사를 선별해 줄 편집자가 필요하단 얘기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슈들을 잘 선별하고 그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훌륭한’ 언론인을 뽑겠다면서 밝힌 근무시간이 눈에 띈다. 1주 40시간. 5일로 나누면 하루 8시간만 일해도 되니 시도 때도 없이 취재와 기사작성에 나서야 하는 언론인이라면, 물론 ‘훌륭한 능력’을 갖춘 기자라면 솔깃할 만하겠다.

트위터도 언론 경력자 채용에 나섰다. 트위터에 무수히 쏟아지는 트윗들을 사용자들을 위해 정교하게 큐레이션(curation)할 저널리스트 그룹을 채용할 방침이란다. 프로젝트명은 ‘프로젝트 라이트닝(Project Lightning)’.

특히 트위터 초심자들이라면 “이거 괜찮은데?”라고 할 만한 서비스다. 실시간으로, 거의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트윗 가운데 “과연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무엇인가” 잘 모르는 사용자들은 그동안 이러한 콘텐츠를 관심 주제별로 나누어 리트윗하거나 골라서 올리는 트위터리안을 팔로우해 왔다. 그랬던 걸 이젠 트위터가 스스로 골라준다고 한 것.

최근 트위터 사용자의 증가 속도는 눈에 띄게 더뎌졌다. 이로 인한 실적 부진은 결국 딕 코스톨로 최고경영자(CEO)의 퇴진을 불렀다. ‘프로젝트 라이트닝’은 그런 부진을 딛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로그인하지 않는, 그러니까 충성도가 떨어지는 사람들도 트윗을 접하려 한다는 데 주안점을 둔 서비스다. “(트위터) 이렇게 골라서 뉴스를 제공할 테니 이 플랫폼을 애용해 달라”라고 구애하는 셈이다. 로그인하지 않고 트위터에 접근하는 사용자는 월 3억200만명에 달한다고.

페이스북은 채용보다는 ‘제휴’ 방식을 택했다. 몇 주 전 페이스북은 뉴스 생산 및 유통업체들(결국 언론사)과 협력을 선언하고 언론사들의 웹사이트나 블로그 대신 직접 페이스북 플랫폼에 뉴스 콘텐츠를 얹기로 했다. NYT, BBC, 버즈피드 등이 페이스북과 손을 잡았다.

구글 역시 뉴스와 관련된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구글은 ‘뉴스 랩’이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 세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구글의 데이터와 지도, 검색 등 툴(tool)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건데 당연히 유튜브 등을 통해 유통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목표가 거창하다. 미디어의 미래를 같이 그려 가자는 것이다.

아니, 이런 대단한 IT 기업들이 왜 이렇게들 뉴스에 매달리는가? 뉴스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인가?

틀리기도 하고 맞기도 하다. 뉴스는 수많은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중요하다. 언론사는 그걸 만들지만 자체 유통력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플랫폼들이 직접 뉴스의 미래까지 관리하고 나서겠다니 더 큰일이다. 유통의 제조와 생산 지배력은 더 커질 테니 말이다.

비록 떠나게 됐지만 딕 코스톨로 트위터 CEO가 자신감을 피력했던 걸 전할 필요가 있겠다. “트위터는 글로벌한 광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트위터는 즉시성을 갖고 있어서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달됩니다. 지리적 한계를 극복한 유통 방식이면서 광장의 역할을 하고 있죠. 필터링도 없어요. 농구 경기 중이나 경기 후에 더 이상 방송을 볼 필요가 없어요. 정치 캠페인도 마찬가지죠.”(‘립타이드(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인용)

언론사는, 그리고 언론인은 그렇다면 플랫폼의 ‘하청’ 업무를 묵묵히 해야 할 뿐인가. 역시 답은 틀리기도 하고 맞기도 하다. 역조(riptide)가 강하게 밀려오는데 어물쩍거리다간 하청마저도 못하게 될 수 있다. 너무 부정적인 건가. 아니다. 달리기 위해 운동화 끈을 단단히 매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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