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리더 34년] 눈요깃거리에서 그라운드 지휘자로 ‘우뚝’

입력 2015-06-26 10:17 수정 2015-06-2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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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시작… 편견 이겨내고 이젠 한국의 독특한 문화 자리매김

(뉴시스)

경쾌한 음악이 야구장을 휘감았다. 응원단상엔 네 명의 치어리더가 유연한 몸놀림으로 관중을 하나로 묶었다. 손뼉을 치고 막대풍선을 흔들며 어깨를 들썩이는 관중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치어리더의 몸짓에 매료됐다. 치어리더는 아슬아슬한 박빙 승부에 ‘기(氣)’를 불어넣었고, 지루한 경기엔 ‘흥(興)’을 입혔다. 그들은 더 이상 눈요깃거리가 아니다. 그들은 그라운드의 지휘자다.

끼로 무장한 네 명의 치어리더 중 유독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 치어리더의 매력에 흠뻑 빠진 파울라다. 그는 지난 3월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한국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 첫 외국인 치어리더로서 응원단상에 올랐다.

2년 전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본 후 주인공 이종석의 열혈 팬이 됐다는 그는 한국 문화가 좋아 서울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고, 지금은 국내 첫 외국인 치어리더이자 국내 유일의 외국인 치어리더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을 넘어 외국인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국내 치어리딩엔 무슨 매력이 있는 걸까. 국내 치어리더 문화는 프로 스포츠의 출범과 함께 독자적인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로 34년째 스포츠팬들과 호흡을 함께하며 뿌리 깊게 성장했다. 그 배경엔 건강미와 섹시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있었다. 일상에선 보기 힘든 치어리더들의 건강한 몸과 화려한 율동이 야구 경기와는 절묘하게 어우러져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 것이다.

실제로 야구장을 찾는 상당수의 관중은 응원 문화를 즐기기 위해서라는 통계도 있다. 결국 치어리더는 프로야구라는 게임의 일부로 녹아들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굳혔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는 “치어리딩이 야구라는 게임의 특성이나 진행 방식과 잘 맞아떨어졌다”며 “프로야구 치어리더는 시즌이 끝나면 다른 종목 치어리더로 변신하지만 프로야구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치어리더 인기는) 국내 프로야구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축구는 게임의 진행 방식이나 룰에서 치어리더를 게임의 일부로 흡수하지 못했다”며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이자 국내 스포츠 산업의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금의 인기를 구축하기까지는 상당한 인내가 필요했다. 프로 스포츠와 함께 치어리더 활동이 본격화된 1980년대만 해도 결코 좋은 이미지만은 아니었다. 생소한 직업인데다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고 많은 사람 앞에서 춤을 춰야 하는 직업인 만큼 눈요깃거리로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게다가 귀가 시간까지 늦어 여성 직업으로서는 기피 대상이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단상에 오르는 취객, 경기 중 반말·욕설을 내뱉는데도 망설임이 없다. 치마 속을 보기 위해 밑에서 사진을 찍는 관중도 있다.

그렇게 34년이라는 세월을 인내했다. 그러는 사이 치어리더에 대한 편견은 조금씩 허물어졌다. 지금은 웬만한 연예인도 부럽지 않을 인기를 누리는 치어리더도 있다. 또 치어리더 세계대회까지 생겨 치어리딩에 대한 관심과 인식 변화를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치어리더에 대한 편견과 보이지 않는 벽은 존재한다. 치어리더의 인기와 관심은 늘었지만 대기실이나 탈의실도 없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할 만큼 환경이 열악하다. 화려함 속에 숨은 치어리더들의 고단했던 34년은 한국 프로야구 흥행의 밑거름이 됐다. 그리고 한국 프로야구의 독특한 응원문화 꽃을 화려하게 피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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