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벼랑 끝 과감한 도박...구제금융 협상 국민투표 역효과 우려

입력 2015-06-2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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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국제 채권단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제안한 협상안의 수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시행 계획을 발표, 유럽연합(EU)을 상대로 대담한 도박에 나섰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유로그룹)는 오는 30일(현지시간) 만료되는 현행 구제금융 지원의 기한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이어 유로존을 이탈(그렉시트)할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아테네 경제 비즈니스 대학의 스피로스 브라부코스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치프라스 총리가 국민투표 시행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그리스의 디폴트 및 유로존 이탈 위험이 매우 높아졌다. 대규모 예금 인출 소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실제로 27일 그리스 아테네 중심부 은행의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는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의 행렬이 이어졌다. 파노스 카메노스 그리스 국방장관은 현지 TV에 "염려하지 마시오. 은행 문은 닫히지 않는다"고 국민에게 평온을 호소했다. 하지만 행렬은 시간이 지날수록 길어지고 지폐도 바닥나는 기계가 속출, 예금 인출이 가속화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한 현지 매체는 "국민투표 발표 충격으로 12시간 동안 4억 유로가 인출됐다"며 치프라스 총리는 구제금융 지원 합의를 마무리 하고자 한 것이었으나 국민투표는 너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만간 자본 통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치프라스 총리가 돌연 국민투표 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반 긴축'을 내걸고 취임한 총리에게 연금 삭감 등을 요구하면 정치 기반이 위태로워진다"며 총리의 국민투표 시행 계획은 해결책을 민의에 떠맡기는 형식으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등 정치적 생명을 우선시한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아테네 경제 비즈니스 대학의 스피로스 브라부코스 교수는 "국제 채권단이 제안한 협상안의 수용 여부에 관계없이 총리는 잃을 게 없다"고 평가했다. 그리스에서 국민투표는 1974 년 그리스 군사 정권이 붕괴하고 군주제가 폐지된 이후 처음이다.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유로존 잔류를 원하는 그리스 국민은 약 70%. 하지만 5년에 걸친 경제 위기로 서민 생활은 피폐해져 긴축 조치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유로존 잔류 희망 세력과 이탈 찬성 세력간의 균열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리스가 디폴트에 이어 유로존 이탈 가능성까지 커지면 2011년 유럽 채무 위기 이후 서서히 회복되던 유럽 경제가 다시 타격을 받아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지난주 금융 시장에서는 그리스 측이 새로운 개혁안을 국제 채권단에 제출했다는 소식에 낙관론이 고조됐다. 막판 협상이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최종 불발되면 29일 이후 금융 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팽배하다. 주식 시장에서의 실망 매도 외에 유로에 매도세가 급격히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회복 중인 세계 경제에도 치명적이라는 것.

한 대형은행의 애널리스트는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질 경우의 영향은 "지난번 유로존 재정위기 때에 비하면 미미할 것"이라고 봤다. 2011년 발발한 유로존 재정위기는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재정 상태가 나쁜 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의 금리가 급등(국채 가격 급락)하거나 폭락한 국채를 보유한 각국 은행의 부실 우려가 커져 전세계로 위기가 비화했다. 현재는 그 당시에 대한 학습효과로 재정난에 빠진 국가와 경영난에 처한 은행을 구제하는 구조가 정비돼 위기 확대를 막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또다른 전문가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현실성을 띠게 되면 "금융 시장은 제2의 그리스 찾기를 시작하고, 그 나라의 국채 매도가 쏟아지는 등 위기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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