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옷이 팔리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일제히 세일을 시작했지만 의류 매장 직원들은 한숨만 내쉬었다. 5월 보다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메르스 직격탄을 맞은 탓인지 6월 들어 매장은 활기가 돌지 않았다.
29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주요 매출원인 의류 판매가 매달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신규점을 제외한 기존점 기준으로 여성 정장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매달 수치가 떨어졌다. 4월에 0.2%로 증가해 반전을 꾀했지만 지난 5월 다시 -0.3%로 다시 떨어졌다. 여성 캐주얼 역시 작년 5월부터 매출이 늘어난 달이 작년 8월과 올해 4월, 5월이 전부다. 나머지는 모두 마이너스다.
남성의류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작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단 한 번도 플러스가 없었다. 백화점들은 “남성 정장이 가장 안팔린다”고 말한다.
구두와 가방 등이 속해 있는 잡화 카테고리도 1년간 작년 7월과 8월에만 반짝 상승했을 뿐 지난 4월까지 마이너스 행진이 멈추지 않았다. 5월 0.8%로 작년 동월 대비 소폭 늘었지만 6월 다시 하락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백화점에서 여성정장과 캐주얼, 남성의류, 잡화를 합한 매출 비중이 50%를 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올해도 의류 부문의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게 업계 대부분의 전망이다.
백화점에서 더 이상 옷이 팔리지 않는 것은 불황이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옷이나 신발처럼 당장 사지 않아도 되는 항목부터 지출을 줄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최장기간 세일을 해도 소비자들이 백화점으로 오지 않고 있다”며 “무엇보다 SPA 등으로 수요가 몰렸고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나 남성정장 역시 외국 컨템포러리(최신 유행 트렌드의 중고가 패션)에 대한 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년 여성들도 왠만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거부하고 컨템포러리로 이동하고, 남성들 역시 정장보다 캐주얼한 패션에 손이 더 간다는 얘기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럭셔리 컨템포러리 브랜드는 명품의 디자인 감도를 가지면서도 가격이 저렴해 신장세가 높다”며 “하지만 일반 여성과 남성 정장 등은 차별화가 안돼 매출이 줄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