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 위기] 물 건너간 그리스 여행계획...수 개월 공들인 직장인들 울상

입력 2015-06-29 17:16 수정 2015-06-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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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모 씨(33)는 지난 주말부터 유럽에서 들려온 비보에 울상이다. 국내의 한 케이블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돼 화제가 된 그리스에 가보고자 수개월간 준비했던 여름휴가 계획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그리스에 대한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지원이 끊길 위기에 처하고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이 임박한 가운데 현지 정부가 자본통제 도입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자본통제가 도입되면 은행이 문을 닫고 현금자동인출기(ATM)도 이용할 수 없다. 또한 해외로의 송금과 결제도 중단된다. 여기다 그리스에선 구제금융 협상안 수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거리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져 치안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박씨는 올 여름 휴가지를 다른 곳으로 변경하기로 하고 휴가 일정에 앞서 바쁘게 여행 사이트를 검색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박씨 뿐만이 아니다. 올여름 휴가지를 그리스로 정한 전세계인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름 관광 성수기를 맞은 그리스에 정부의 자본통제와 국민투표, 디폴트 및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우려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29일 지적했다.

미국 미시간 주에서 가족과 함께 그리스로 여행을 왔다는 기업가 스티븐 윌씨는 WSJ에 “2년에 걸쳐 가족 여행을 계획했는데 현금 인출이 안되면 3일 이상 머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줄을 서서 기다려 5대의 ATM을 시도했지만 현금을 인출하지 못했다. 이는 참 어이없는 상황이다. 관광객과 이 사랑스러운 나라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윌씨는 아테네와 에게해에 있는 두 개의 섬을 방문해 약 1만3000달러를 쓸 예정이었다. 이미 호텔 요금은 절반을 지불한 상태여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그리스로 신혼여행을 왔다는 발렌티나 로시와 클라우디오 커플은 그리스 주재 이탈리아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일정에 있던 산토리니 섬으로 이동한다고 WSJ에 말했다. 이들 커플은 “신혼여행은 이미 망쳤다”며 “그리스가 신문의 1면을 장식한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상황이 이 정도까지 나빠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 ATM은 쓸 수 없는데 호텔 지배인은 현금 지불을 요구한다. 은행문이 닫혀 현금을 쥐기 어려운 상황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은 그리스의 주요 수입원인 관광산업에 치명적이다. 관광업은 부채로 피폐한 그리스에 주요 소득원 중 하나다. 그리스관광협회에 따르면 관광 산업이 지난해 호텔 예약 등을 통해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에 직접 기여한 금액은 전체의 90%에 해당하는 170억 유로에 달했다. 또한 상점, 레스토랑, 관광지 등에서의 지출을 통해 간접적으로 GDP에 기여한 금액은 450억 유로에 달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리스 은행권도 망연자실이다. 그리스 최대 은행인 그리스국립은행 측은 최대한 빨리 ATM에 현금을 보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혹스럽기는 상점들도 마찬가지다. 아테네 중심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다음주 자본통제가 이뤄진다는 소문 때문에 고객에게 현금으로 지불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현금으로 결제하면 물건 값을 싸게 해 준다고 해도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그냥 가버린다. 우리는 매일 한 걸음씩 파멸로 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테네대학의 미카엘 그레자코스 교수는 “은행에서 현금 인출 및 서비스에 대한 지불이 갑자기 중지되면 관광업이 회복되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관광업과 해운업 이외에 그리스 경제에 계속 기여할 수 있는 산업은 없다”며 “관광객, 특히 단체가 아닌 개인 여행으로 오는 관광객은 지출이 커 신용카드 사용이나 은행은 꼭 이용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리스에 입국하자마자 불편에 직면한다.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제공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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