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인사이드] 이부진에게 면세점이란?…고비 때마다 ‘승부수’, 通할까

입력 2015-07-0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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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가서 관광객 유치 8시간 강행군, 2일엔 용산 상인들과 관광산업 비전 선포

모든 승부가 그렇듯 사업에도 성패를 결정짓는 흐름이 있다. 미세한 집바둑으로 흐르다가도 결정적인 한 수가 반상에 광풍을 몰아치게 하는가 하면, 분명히 맥이 끊어져 보였던 대마가 살아나 상대방의 집을 초토화시키기도 한다.

재벌들의 면세점 전쟁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던진 한 수 한 수가 주목받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쟁자들은 이 사장의 강수에 허둥대는가 하면 멍하니 바라만 보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부터 공개적으로 지펴진 독과점 논란이 쑥 들어가버린 건 메르스 탓도 있지만 이 사장의 국내외를 넘나드는 행보가 주효했다는 해석이 많다.

지난달 2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면세점 시장 독과점 현황을 조사해 관세청에 전달하겠다고 밝힐 때만 해도 문제는 심각해 보였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 발표 닷새 전인 지난달 18일 이 사장은 제주 신라호텔의 영업중단을 지시했다. 하루 3억원의 손해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확진 환자가 제주 신라호텔에서 나오자마자 제주 현지로 날라가 전직원을 격리시켰다.

제주도에서는 영업자제를 요청했지만 이 사장은 한술 더 떠 영업을 전면 중단했다. 공정위가 독과점 현황을 조사해 관세청에 전달하겠다는 얘기가 나온 22일에는 이 사장과 원희룡 제주지사가 만난 대화내용이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다음날 오빠인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까지 이끌어냈다는 평을 들으면서, 목숨이 경각에 달렸던 대마(大馬)는 극적으로 살아났다.

▲지난 22일 오후 제주도청 도지사 접견실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과 관련 얘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두터워진 이 사장의 대마는 오히려 상대방을 몰아부쳤다. 29일 밤 중국 베이징으로 날라간 이 사장은 다음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8시간 동안 한국 관광 유치를 위한 강행군에 나섰다.

이 사장은 중국 최대 여행사인 CTS(중국여행사)의 쉐샤오강 총재를 만나 “최근 한국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등 상황이 진정되고 있다”며 “여름 휴가객이 많은 7∼8월 다양한 한국 여행 상품을 개발해 중국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고 부탁했다.

호텔신라는 이 사장의 행보와 면세점 특허 유치를 연결짓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독과점 논란이 불거진 이후 이 사장의 대외 활동은 눈에 띄게 활발해졌고 시내면세점 선정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많아졌다.

오일(2일) 오전에는 용산 아이파크몰 7층 아이컨벤션웨딩홀에서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 선포식’도 개최한다. 이 사장은 절묘한 타이밍에 중국과 국내에서 면세점 특허의 가장 기본인 관광산업 발전을 화두로 꺼내든 것이다.

▲HDC신라면세점 최고 경영진이 중국 최대 여행사인 CTS 최고 경영진과 회동을 갖고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늘려 줄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이번 회동에는 HDC신라면세점 양창훈 대표(오른쪽으로부터 3번째), CTS 쉐샤오강 총재,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HDC신라면세점 한인규 공동대표(부사장) 등이 참석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호텔신라)
업계에선 이 사장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면세점 특허 유치에 영향을 끼칠까봐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고비 때마다 이사장이 승부수를 던지는 것을 보면 면세점에 대한 사업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며 “그런 면에서 최근 행보는 면세점 특허를 받는데 큰 영향을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 롯데면세점에 입점해 있던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을 유치한 점도 이 사장의 승부사적 기질을 엿볼 수 있었다는 평가다. 앞서 2011년 인천국제공한 면세점 매장 개편시 루이뷔통을 입점시켜 호텔신라의 글로벌 행보에 숨통을 틔게 한 점도 업계에서는 높게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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