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경상수지가 3년3개월재 흑자를 이어가면서 역대 최장 흑자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수출과 수입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로 가장 큰폭으로 감소하면서 한국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더군다나 수입 감소폭이 수출보다 더 큰 ‘불황형 흑자’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국제수지(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경상수지는 86억5000만달러로 전달보다 5억1000만달러 늘었다. 또 지난해 같은 달(91억2000만달러)보다는 4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이로써 올 들어 5월까지의 경상흑자 규모는 402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경상수지는 2012년 3월부터 39개월재 플러스다. 기존 역대 가장 긴 흑자 기간인 38개월을 넘어선 것이다.
앞서 한은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인 96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는 2013년 811억5000만달러, 2014년 892억2000만달러로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해 왔다.
그러나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생기는 ‘불황형 흑자’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상품수지에서 수출(438억7000만달러)과 수입(346억8000만달러)이 전년동월비 각각 16.3%, 19.8% 급감했다.
특히 이러한 수출과 수입의 감소폭은 금융위기 여파가 나타난 2009년 9월( 수출:-17.3%, 수입: -22.8%) 이후 5년 8개월내 가장 큰폭의 내림세다.
노충식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국제유가 하락, 중국의 가공·중계 무역 축소, 스마트폰 등 주요 수출품목 부진, 영업일수 감소 등으로 수출이 큰폭으로 줄었다”며 “하지만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세계 교역량이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한국의 수출을 나쁘다고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서비스수지는 운송수지와 지식재산권 사용료 수지의 개선에 힘입어 적자 규모가 전달 11억3000만달러에서 4억달러로 대폭 줄었다.
급료·임금과 투자소득이 포함된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수지가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전달 28억4000만달러 적자에서 2억9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이전소득수지는 4억3000만달러 적자로, 적자 규모가 전달(4억6000만달러)보다 다소 줄었다.
상품·서비스 거래가 없는 자본 유출입을 보여주는 금융계정의 유출초(자본이 국외로 나간 것) 규모는 전달 100억6000만달러에서 88억1000만달러로 줄었다.
부문별로는 직접투자의 유출초 규모가 전달 19억7000만달러에서 12억달러로 감소했다. 5월엔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규모가 줄면서 유출초 규모가 전달 1억4000만달러에서 3억6000만달러로 늘었다. 기타투자의 유출초 규모는 전달과 비슷한 47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파생금융상품은 4억달러 유입초였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지난주 발표한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수출액이 5551억달러로 지난해보다 3.1% 줄고 수입액은 4746억원으로 9.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