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제치고 국내 주식부호 1위에 등극했다. 중국 특수에 힘입은 업황 물결을 탔고 액면분할 효과까지 톡톡히 누린 덕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부동의 주식부호 1위였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자산은 오히려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대비 순자산가치 비율(PBR)이 하락한 탓이다.
이건희 회장은 그룹을 대표하는 삼성전자 지분 3.38%를 쥐고 있다. 여기에 주요 계열사 지분을 포함 주식가치는 연초 기준 12조3507억원에 달했다. 반면 지난 3월 150만원대에 진입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6개월새 130만원 밑으로 하락했다.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주요 계열사 지분가치도 줄어 6개월새 지분가치가 4.2%(5147억원) 하락한 11조8360억원 수준이 됐다. 이 회장의 자산가치가 주춤하는 사이 서경배 회장은 부지런히 주식가치를 끌어올린 셈이다.
서 회장의 승승장구의 첫 번째 배경에는 10% 액면분할 승부수가 있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3월 20일 정기주총을 통해 액면가를 10분의 1로 줄이는 액면분할을 공식 의결했다. 1주당 300만원이 넘어가는 '황제주'의 5000원 액면가액은 500원으로 줄었다.
그룹을 대표하는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보통주가 기존 584만5849주에서 10배가 늘어난 5845만8490주로 증가하고, 우선주 역시 기존 105만5783주에서 1055만7830주로 늘어났다. 서 회장 입장에서 황제주 오너 타이틀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기존 지분율(9.08%)을 유지하면서 시가총액은 크게 증가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든 셈이 됐다.
액면가가 높아 이제껏 기관투자자 또는 외국인투자자의 관심에 머물렀던 종목에 개인투자자가 속속 참여했다.
이날 아모레퍼시픽은 전날보다 1만4000원(+3.25%) 오른 44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액면분할 이전 400만원대를 넘봤던 주가는 10분의 1 수준인 30만원 대로 액면가가 줄어들면서 수급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황제주가 400만원을 돌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이어졌지만 액면분할 이후 40만원(분할전 4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서경배 회장의 주식자산은 당분간 우상향 곡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메르스 여파 탓에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감소했지만 반대로 온라인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화장품 업계에 불어닥친 메르스 여파에서 비교적 자유로웠고, 실질적인 실적하락 영향은 2분기가 아닌 3분기에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단기적인 영향에서 자유롭다는 의미다.
송광수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최근 이익 개선으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이 완화됐으나 현재 주가는 중국 시장에서 기존 브랜드의 고성장과 추가 브랜드의 진출 성공이 담보돼야 하는 수준"이라며 단기적으로 투자의견 '보유'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