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제너럴모터스(GM)의 ‘임팔라’를 수입 판매하기로 한 데 이어 위탁생산 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자체 개발 능력은 약화되면서 생산기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온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GM의 유럽 자회사인 오펠의 ‘칼’ 생산물량을 연간 기준 40% 가량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창원공장에서 만드는 칼은 올해 5만여대를 생산한다. 물량이 늘면 내년에는 칼을 7만대까지 생산할 전망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올해 노조와의 임금교섭에서 칼의 생산물량 확대가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지엠의 칼 생산 확대는 단기적으로는 수출에 호재이나 장기적으로는 악재가 될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한 경영진은 “위탁생산 물량은 언제든 다른 생산기지로 옮겨질 수도 있다”며 “생산의 장기간 유지가 불안한 데다 그에 따르는 연구ㆍ개발(R&D) 능력 약화는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GM이 환율 불안으로 오펠의 소형차를 생산하던 러시아 공장을 폐쇄하면서 한국지엠이 칼을 생산하게 됐다.
한국지엠이 대형세단 ‘알페온’을 단종하고 9월부터 임팔라를 수입 판매하기로 한 것도 논란이다. 알페온은 지난해 부평2공장에서 연간 5000여대를 생산했다. 이 물량이 끊기고 수입물량으로 대체되면 인력 구조조정도 뒤따를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임팔라의 판매가 연간 1만대를 넘으면 국내 생산을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수입 세단의 경쟁이 치열한 것을 고려하면 1만대 판매 달성이 쉽지만은 않은 수치로 평가된다. 알페온은 연간 3000~5000대가 판매됐다.
한국지엠의 군산공장은 이미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군산공장은 지난달 30일 협력업체를 10개에서 2개로 줄였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근로자 198명에게 경영악화를 이유로 이달 31일부로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한국지엠의 생산물량은 2011년 81만854대를 정점으로 2012년 78만5757대, 2013년 78만2721대, 2014년 62만9230대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