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엽의 시선] 도핑의 유혹, 남는 것은 평생의 꼬리표

입력 2015-07-0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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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엽 온라인국 콘텐츠팀 차장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과 1984년 LA올림픽은 서방 측과 공산진영의 냉전으로 인한 서로간의 불참으로 반쪽 올림픽으로 치러졌다. 4년 후 열린 서울올림픽은 북한이 불참했지만 12년 만에 동서가 한 자리에 모인 대회였다. 세계의 관심도 그만큼 높았다.

하지만 당시 최대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던 남자 육상 100m에서 우승자 벤 존슨(캐나다)이 도핑 테스트에 적발되면서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9초79로 당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던 그는 “고의성이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그의 금메달을 박탈했고 자격정지 2년을 확정했다.

스포츠에서 기록과 경쟁은 숙명이다. 때문에 선수들이 기록 단축과 승리를 위한 편법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물론 각종 보충제나 강화제가 모두 불법 약물은 아니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그 종류는 다양해졌다. 현재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약물은 9개 범주와 2개의 특별 범주를 포함해 수백 종에 달한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훨씬 세분화됐고 그 수도 두 배로 늘어났다.

최근 국내에서도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배구 등에서 도핑 사례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박태환이 도핑테스트 양성반응으로 인천아시안게임 메달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정황상 이들이 고의적 혹은 정기적으로 약물을 복용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해당 선수의 부주의를 묵과할 수는 없다. 몸이 생명인 프로선수라면 “금지약물인지 몰랐다” 혹은 “지인에게 받아 의심하지 않았다”라는 식의 변명은 결코 프로답지 못하다.

박태환 역시 고의성이 없었음을 주장했지만 결국 18개월간의 자격정지를 받았다. 인천아시안게임 메달도 박탈됐다. 과거 90년대 한국 육상 중거리 간판 이진일도 감기약 속 성분이 문제가 돼 1995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무려 4년간 자격정지를 받았다. 이후 징계가 2년으로 경감돼 98방콕아시안게임 800m에서 금메달을 따며 재기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금지 약물 복용에 대한 대가는 고의성 여부를 떠나 혹독하다.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홈런(762개), 한 시즌 최다 홈런(73개) 등의 기록을 남긴 배리 본즈나 세계 최고 권위의 투르 드 프랑스 7연패에 빛나는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 등은 화려했던 과거의 기록을 그 누구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한다. 뒤늦게 눈물을 흘려도 차가운 시선만 돌아올 뿐이다. 실수로 인한 도핑 역시 비난이 따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단 한 번의 실수라도 도핑이라는 꼬리표는 은퇴 이후에도 지워지기 힘들다. 정정당당해야 할 스포츠에 있어 도핑은 공정성 자체가 확보되지 않는 만큼 자의적인 승부조작과 다를 바 없다.

최근 국내 프로스포츠는 연이은 도핑 파문으로 큰 비난을 받고 있다. 도핑은 나와 남을 속이고 팬까지 기만하는 행위다. 도핑 근절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선수 스스로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중요하다. 한순간의 실수라 해도 평생 벤 존슨과 같은 불명예를 안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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