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한국 해녀 vs 일본 아마, 유네스코 등재 놓고 또 다시 외나무다리 승부

입력 2015-07-0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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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방송화면 캡처)

*‘SBS 스페셜’ 한국 해녀 vs 일본 아마, 유네스코 등재 놓고 또 다시 외나무다리 승부

‘SBS 스페셜’ 한국 해녀와 일본 아마가 유네스코 등재를 놓고 또 다시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5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시사ㆍ교양 프로그램 ‘SBS 스페셜’ 405회에서는 ‘해녀삼춘과 아마짱’ 편이 전파를 탄다.

지난 4월 16일, 할머니가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양석봉(향년 86세) 해녀삼춘(제주에서는 존중과 친근함의 표현으로 ‘삼춘’이라고 부른다). 그녀는 78년 동안 물질 작업을 해온 제주해녀의 살아있는 박물관이었다. 할머니를 만난 건 6년 전 겨울이다. 면도날처럼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그녀는 바다로 들어갔다. 그렇게 숨을 멈춘 채 번 돈으로 4남매를 키우고, 아들을 4개 국가에 유학까지 보냈다. 그런 제주 해녀의 정신에 세계인들은 찬사를 보냈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진다. 프랑스 유수 언론에 일본의 잠수녀들을 칭하는 ‘아마’에 대한 기사들이 대서특필되기 시작한 것이다. ‘해녀’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낙관했던 우리로서는 허를 찔린 셈이었다.

그렇다면, ‘아마’는 무엇인가? ‘SBS 스페셜’ 제작진은 아마 열풍의 진원지인 일본 이와테현 구지시의 작은 어촌을 찾아갔다. 도시 곳곳은 ‘아마’가 점령하고 있었다. 멀리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아마’의 옷을 입고, ‘아마’가 파는 해산물을 사먹느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곳은 동일본대지진의 대표적인 피해지역으로 일본 정부는 재건을 위한 프로젝트가 필요했다.

그때 그들의 눈에 띤 것이 ‘아마’였다. ‘아마’가 일본 여성의 불굴의 정신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제작한 드라마 ‘아마짱’은 최고 시청률 27%를 기록하며 일본 열도에 아마 열풍을 불게 했다.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아마’가 되겠다는 젊은 여성들도 늘어났다. 그녀들을 ‘아마’로 이끌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해산물을 채취하는 여성들은 한국(4415명)과 일본(2174명) 밖에 없다. 그러나 아마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고유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 제주 해녀의 우수성이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제주도는 해녀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10년 전부터 준비했다. 반면 일본은 뒤늦게 뛰어들었다. 그러나 몇 년 사이 판세는 역전됐다. 일본은 아마의 고향인 미에현을 중심으로 정부와 8개현이 뭉쳐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아마의 기원은 제주 해녀’라고 일본학자들까지 공공연히 인정했던 입장도 갑자기 철회했다. 그리고 아마의 역사를 3천 년 전까지 앞당기며 원조임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또 외교적인 채널까지 동원해서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파리의 언론을 공략한다. 여유를 부리던 한국은 ‘아마’가 단독 등재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부랴부랴 공청회를 열고,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올 3월에 등재신청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심사가 보류되면서 2016년 하반기에 등재여부가 결정된다. 취재과정에서 일본에게 유네스코 등재의 꿈을 심어준 것은 제주도였고, 2007년도에 제주도 측에서 일본에 공동등재를 먼저 제안했었다는 놀라운 사실도 드러났다. 그동안 방향 없이 갈팡질팡해 온 해녀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준 단면이었다.

단독으로 유네스코 등재신청서를 제출한 제주도는 2016년 유네스코 등재를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제주에는 4415명의 해녀들이 남아있다. 지난 3년 사이 제주 바다를 떠난 해녀들은 무려 92명이나 된다. 앞으로 20~30년 뒤엔 제주바다에서 해녀가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 제주해녀들은 말한다. “내 딸들이 해녀 일을 한다고 하면 난 말릴 거야”, “해녀로 살면서 한 번도 보람을 느껴 본 적이 없어”라고.

그러나 일본의 ‘아마’들은 다르다. 가업을 잇는 3대 아마집안이 탄생하는가하면 도시에서 직장인으로 생활하던 젊은 여성들이 아마가 되겠다며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다. 아마들은 말한다. “아마로 일하면서 자긍심을 느낀다”, “아마는 너무 멋진 직업”이라고. 무엇이 해녀들을 바다에서 떠나게 하고, 무엇이 아마들을 바다로 부르는가.

이날 ‘SBS 스페셜’은 김치와 기무치 전쟁에 이은 한ㆍ일전 ‘해녀 VS 아마’를 추적해보고, 진정한 등재가 무엇인지, 진정한 승부가 무엇인지를 가려본다. 또 지난 8년 동안 제주 해녀를 기록해온 영상을 통해 해녀들의 삶과 죽음, 그들의 진정한 가치들을 재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내레이션을 맡은 박해일 씨는 “인어공주를 촬영 할 당시 3개월 동안 우도에 있었어요. 그때 바다에서 해녀 분들의 물질작업을 많이 지켜보았던 기억이 있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바다에 앉아 그분들을 바라보았어요. 그 잔상이 마치 숨비 소리처럼 오래도록 제 마음 속에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2004년 전도연과 함께 영화 ‘인어공주’의 주인공역을 맡았던 박해일 씨는 그에게 섭외 전화를 했던 것이 방송한달 전. 그는 기획안을 다 본 뒤에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그때부터 시시때때로 해녀에 대한 참고자료를 더 보내 달라고 채근했다. “이미지 좋고 연기력 좋고 목소리 좋은 배우가 그냥 감정을 담아 읽으면 될 텐데 무슨 공부를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나.” 사뭇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마지막 편집 본을 미리 챙겨 시사하면서 느낌을 잡고, 하루 전에 대본을 꼼꼼히 챙겨보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그냥 특별한 배우가 된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박해일 씨는 해녀들의 바다로 자맥질해 들어왔고, 해녀의 바다와 하나가 됐다.

한편 ‘SBS 스페셜’은 매주 일요일 밤 11시 10분 SBS를 통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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