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핵연료 처리 해법찾기' 스위스 그림젤 고준위폐기물 연구시설(GTS)을 가다

입력 2015-07-06 09:41 수정 2015-07-0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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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수도 베른시 남동쪽 120km 지점인 구타넨 마을에 위치한 스위스의 방사성폐기물 지하 연구시설인 ‘그림젤 연구소(GTS)’ 전경.

지난달 25일 기자가 찾아간 푸른 산의 절경이 그림 같은 스위스 베른주 구타넨 아래 산맥 중턱. 깎아지른 듯한 언덕 중간에 석조건물이 하나 눈에 띄었다. 스위스의 방사성폐기물관리 공동조합(나그라ㆍNAGRA)이 운영 중인 지하연구시설인 ‘그림젤 연구소(GTS)였다.

스위스는 2011년 후쿠시마 사고를 기점으로 ‘탈 원자력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국민 대다수의 인식 속에 원전 전면폐쇄가 아닌, 단계적 폐쇄를 통한 에너지 시스템 개편을 진행 중이다. 특히 방사성 폐기물 처리만큼은 인간과 환경에 대한 장기간의 영향을 고려해 안전한 처분에 철저함을 기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1969년 첫 원전 가동 이듬해인 1972년 나그라를 출범시켜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82년 나그라는 이곳에 지하 동굴 연구시설을 건설해 방사성 물질 처리 연구를 진행해 왔다. 우리 정부도 1978년부터 상업 원전을 운영해왔지만 최근에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2051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건설ㆍ운영, 2020년까지 지하연구소(URL) 부지를 선정 등의 권고안을 발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1984년 문을 연 그림젤GTS는 사용후 핵연료 영구 처리장 부지 선정을 위해 스위스 전역에서 지질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방사선 폐기물 처분장 건설을 연구하다보니 연구소의 위치는 갱도거리만 약 1100m, 산 정상에서부터 450m 깊이에 있다. 주변이 고준위폐기물 처리에 적합한 ‘결정질암(화강암)’으로 구성된 것도 특징이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바위산 입구에서 약 1km 길이의 굴로 들어가야 했다. 3분 정도 차를 타고 긴 터널 같은 동굴을 지나니 ‘또 다른’동굴이 나타났다. 동굴 벽쪽에서는 연구원들이 중저준위 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나 다양한 방사성 폐기물 처리를 위한 암반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의 잉고 블래쉬미트 연구소장은 “암반생성 환경, 안전성, 건설 적합도, 지질학적 정보 등이 부지선정의 주요 요건”이라고 말했다. 환경적 요인이나 주변 시설 조성에 대한 적합도가 평가기준이 될 뿐 ‘정치적인 이유’는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도 뜻이다. 원전 부지나 폐기물 처분장 건설 등을 놓고 정치권과 이익단체들의 입장차에 갈등을 겪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스위스는 2020년께 국민투표 등 지역주민과의 충분한 논의와 전문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고준위 폐기물 최종 처분장을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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