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O리뷰] ‘손님’, 눈을 뗄 수 없는 미스터리 변주곡

입력 2015-07-07 14:30 수정 2015-07-07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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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살기 위해 지은 죄’는 용서받을 수 있을까.

9일 개봉을 앞둔 영화 ‘손님’(제작 유비유필름, 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감독 김광태)은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산골 마을에 고립된 사람들을 통해서 인간의 본성을 다룬다. 그곳에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인 바깥세상에 대한 두려움, 날로 개체 수를 늘려가고 있는 쥐에 대한 두려움, 자신들의 운명을 쥐고 있는 신에 대한 두려움이 그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결국 그들이 ‘살기 위해’ 지은 죄 때문에 비롯됐다.

시대 배경은 1950년대 6.25 전쟁이 끝난 직후다. 떠돌이 악사 우룡(류승룡)은 그의 아들 영남(구승현)의 병을 고치기 위해 서울로 향하던 중 운명처럼 한 마을에 들어선다. 얼핏 보기에 평화로운 마을처럼 보이지만 자신을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과 “바깥세상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계속해서 입 단속하는 촌장(이성민)은 수상한 존재다.

하룻밤만 머물겠다는 ‘손님’ 우룡은 피리를 불어 마을의 가장 큰 문제였던 쥐떼를 쫓아주면서 신임을 얻는다. 덩달아 마을 과부 미숙(천우희)과의 사랑도 피어난다. 하지만 우룡의 순수한 마음은 이내 왜곡되고, 촌장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의 이기주의는 우룡을 곤경에 내몰리게 한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손님’은 치밀한 복선으로 매 순간 긴장을 놓칠 수 없게 한다. 스릴러ㆍ판타지ㆍ공포ㆍ코미디 등 복합적 장르는 비빔밥처럼 잘 어우러져 긴장감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여느 공포영화처럼 귀신이 등장하지 않지만, 악사ㆍ촌장ㆍ무당 등 비범한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특징이 살아있어 기괴한 분위기는 충만하다. 중간중간 발생하는 로맨스와 희극적 기법은 관객들의 긴장을 이완시켜주며 몰입을 높인다.

‘손님’은 이전 작품에서 다룬 적 없는 ‘재밌는 호러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공포 영화가 시청각적 공포 조성 효과에 초점을 두고 스토리가 전개됐다면 ‘손님’은 탄탄한 스토리와 궁금증을 유발하는 반전 요소를 기반으로 현실감 있는 공포를 자아낸다. 즉,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속설을 입증하듯 순간의 공포가 아닌 관람 후에도 여운이 남는 잔잔한 공포를 전한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하멜른의 전래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를 모티브로 했지만 한국 정서에 맞게 상상력이 가미되어 위화감이 없다. 6.25 전쟁 직후의 시대상과 집단주의 사회의 사실적 묘사는 우리 관객의 몰입을 높인다. 피리 부는 악사 우룡을 연기한 류승룡은 극과 극의 감정 변화로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을 책임지며 촌장 이성민은 소름 끼치도록 냉정한 인물로 극한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미숙 역의 천우희는 ‘써니’ ‘한공주’에서 보여준 임팩트 있는 캐릭터 표현을 그대로 보여주는 동시에 순박한 시골 처녀의 섬세한 감정으로 또 다시 연기 역량을 입증했다.

뚜렷한 선악 구도에서 전개되는 뻔한 결말은 관객의 지루함을 자아낼 수도 있지만 예측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전개가 이를 보완한다. 상영시간 107분, 15세이상관람가,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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