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내린 승객이 사고를 입었는데도 운전기사가 이를 외면한 채 현장을 떠난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김민정 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도주차량 혐의로 기소된 버스운전 기사 한모(67)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서울 관악구 지역에서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한씨는 지난해 9월 퇴근길 정체를 이유로 버스정류장을 약 10m 정도 벗어난 차로에서 승객을 하차시켰다. 하지만 뒤에서 오는 오토바이가 버스에서 내린 김모(37)씨를 들이받았고, 김씨는 전치 5주의 골절상을 입었다. 한씨는 김씨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김씨의 부상상태를 확인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혐의로 지난해 말 기소됐다.
김 판사는 "버스 블랙박스에 찍힌 오토바이의 위치나 크기를 보면 한씨가 사이드미러를 확인했다면 오토바이를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한씨가 정차하면서 기계적으로 출입문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씨의 업무상 과실 혐의를 인정했다.
또 "수년간 버스운전 업무에 종사한 한씨로서는 승객의 승하차 업무시 주의할 사항에 관해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 사고 발생 경위 또한 운전석에서 일부라도 목격해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