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군함도와 일본의 '뻔뻔한' 두 얼굴 [e기자의 그런데]

입력 2015-07-0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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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과 일본의 희비가 엇갈리는 소식이 있었죠.

지난 5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 메이지유신 시대 산업시설 23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인데요.

(사진=연합뉴스)

일본은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였습니다.

'아베 프로젝트'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그간 공들인 일 중 하나였는데요.

일본정부는 "참으로 반가운 결정"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죠.

(사진=서경덕 교수)

반면 한국은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군함도의 진실'이라는 영상을 제작·배포.

유네스코의 최종 결정을 막아보려 안간힘을 썼었죠.

물론 한-일 역사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 눈에는

'사촌이 땅 사서 배 아픈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기에는 우리의 '뼈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사진=서경덕 교수)

이번에 '세계유산'에 등재된 일본의 산업시설 23곳 중 하나인 군함도.

섬 모양이 '군함'을 닮았다고해서 붙여진 별명이죠.

군함도의 또 다른 이름은 '지옥섬'

태평양전쟁 중에 조선인이 대규모로 강제동원돼 혹사당한 현장으로

'악명'이 높은 곳입니다.

이 섬으로 강제로 끌려간 우리 한국인의 숫자는 무려 600여명.

이 중 100명은 노동 중 사망하거나 행방불명 처리됐죠.

(한국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군함도를 포함 이들 산업시설 중 7개소에는

약 5만7900명에 달하는 조선인이 수용됐습니다.)

(사진=뉴시스)

1974년 군함도는 탄광이 폐쇄되면서 버려진 섬이 됐습니다.

미국 CNN은 지구에서 가장 소름돋는 7곳 중 하나로 군함도를 꼽기도 했죠.

그러나 일본정부.

"경제 대국의 발판이 된 자랑스러운 근대 산업의 현장"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2009년 군함도를 관광지로 개방했고

결국엔 "일본이 비서구국가 중 최초로 산업화를 달성한 과정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라고 주장하며 세계유산에 등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사진=SBS)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세계유산 등재만으로도 우리 입장으로서는

뒷목 잡을 일인데요.

'세계유산' 등재 이후 바로 입장을 바꾼 일본의 '꼼수'에

우리 정부가 '당했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사진=AP뉴시스)

과거사 지우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아베 정부.

이 시설의 조선인 강제 징용한 사실을 숨기려다

국제사회의 질타를 받았죠.

이에 일본 정부 한 발 물러나 막판에 '강제 노동'을 인정하는 '액션'을 취합니다.

또한 희생자를 잊지 않도록 정보센터 설립 등 조취를 취할 것이라고도 밝혔죠.

(사진=MBC '무한도전')

그.런.데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된 직후인 지난 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성.

사토 구니 주 유네스코 일본 대사가 조선인 강제노동 인정으로 언급된

'forced to work' 부분이 강제 노역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이른바 '물타기'를 시도했습니다.

일본 언론들도 노동을 의미하는 'labour'가 아닌

'work'라는 다소 약한 표현을 쓴 것 자체가

강제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고 해석했습니다.

한마디로 '강제노동을 하게된 것'이 아니라 '일하게 됐다'라는

의미였다며 '뒤통수'를 친 셈이 됐죠.

(사진=EBS '역사채널 e')

'단순히' 일하게 됐다니요...

이 곳의 노동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던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섭씨 45도가 넘는 찜통같은 지하 1000m 갱도 안으로 내려가

옆으로 누워 하루 12시간씩 석탄을 채굴합니다.

12시간을 일했어도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갱도에서 빠져나올 수도 없었죠.

밥이라고는 기름을 짜다 남은 깨묵 한덩어리가 전부.

노동의 대가는 단 한푼도 없었습니다.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굶주림, 각종 질병과 사고.

강제 징용 피해자들,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증언합니다.

(사진=AP뉴시스)

일본의 '말바꾸기'도 어이상실인데

우리 정부의 셀프 칭찬도 기가 막힙니다.

"한국과 일본이 극한대립을 피하고 대화로 풀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자화자찬했죠.

물론 외교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어찌됐든 일본이 국제무대에서

조선인 강제 노역 동원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것 자체는

성과라는 평가입니다.

(사진=MBC '무한도전')

하지만 세계유산 등재 결정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딴소리'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를 보고도

외교 성과를 셀프 칭찬하는 것이 맞는 지는 의구심이 듭니다.

특히 일본의 강제 노역 인정은

세계문화유산위원회 등재 결정문의 '본문'이 아니라

'주석'에만 실리는데 합의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고요.

그나저나 일본 정부로부터 강제징용 부분에 대해서는

찝찝하지만 '절반'의 인정이라도 받아냈다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도대체 언제쯤 해결될 지 가슴이 답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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