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쉰들러, 경영권 다툼 5년만에 끝나나… 유증 불참 이어 신주인수권 매각

입력 2015-07-0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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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 유상증자 불참 의사 ‘신주인수권 전량 매각’…지분률 17%대로 뚝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AG(쉰들러)가 신주인수권 전량을 매각하면서 오랜기간 지속됐던 현대그룹과의 경영권 다툼도 머지않아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주인수권 매각과 유상증자 마무리 이후 쉰들러의 현대엘리 지분률이 17%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쉰들러는 현대엘리의 유상증자 불참 의사를 표명한 데 이어 지난 6일 신주인수권표시증권 85만9060주 전량을 장내 매도했다. 이에 쉰들러의 현대엘리 지분율은 종전 24.8%에서 21.5%로 감소했다.

이정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7일 “쉰들러는 현대엘리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 위해 신주인수권 장내매도를 공시했다”며 “이에 따라 쉰들러의 보유지분은 유상증자 이후 21.5%에서 17.1%로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는 13~14일 구주주 청약을 통해 현대엘리의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발행주식 총수는 1963만주에서 2463만주로 증가해 쉰들러의 지분율은 현재 21.5%에서 17%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쉰들러의 현대엘리 지분율 감소와 함께 지난 5년 간 현대그룹과 쉰들러의 경영권 분쟁도 막을 내릴 것이란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유상증자 이후 현정은<사진> 회장 등 최대주주 지분 역시 기존 31.2%에서 27.8%로 감소하지만, 우리사주조합 등 우호주주를 고려하면 40% 이상의 우호지분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현 회장은 지난해 10월 그룹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쉰들러의 경영권 위협을 방어하기 위해 현대엘리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당시 현 회장은 현대상선 지분 2.04%와 현대글로벌이 보유한 현대엘리 지분 일부인 6.05%를 맞교환해 현대엘리 지분이 9.71%로 늘어났다.

당초 현대그룹과 쉰들러는 2004년 ‘쉰들러의 현대엘리 인수’ 내용을 담은 인수의향서(LOI)를 체결하며 좋은 관계로 시작했다.

하지만 현대그룹 측이 의향서를 체결하고 5년이 지난 후 갑자기 현대엘리를 매각하지 않겠다며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 쉰들러 측 주장이다. 이에 현대그룹 측은 “의향서는 계약에 앞서 참여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내용의 기재가 필요 없을 뿐 아니라 아무런 법적 구속력도 없다”고 반박했다. 현대엘리 측 역시 “현대엘리 인수의향서 해지 때나 그 이후에도 승강기 사업부를 매각할 의사가 없음을 수차례 명백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2010년에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나서자 쉰들러 측은 “현대건설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라”고 반대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양측이 이처럼 현대엘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 것은 현대엘리가 현대그룹 경영의 ‘주축’일 뿐 아니라 실질적 그룹 지주회사 격으로 지배 구조상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또 현대엘리는 2003년 현정은 회장 취임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2004년 이후 5년 간 당기 순손익 흑자를 놓치지 않으며 건설 불황도 비켜갔다.

쉰들러가 본격적인 경영 간섭에 나선 것은 2011년부터다.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2대 주주(35%) 권리 보호 차원’이라며 회계 장부열람등사 가처분 소송,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 소송,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 등 지속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양 측의 갈등은 더욱 커졌으며 현대 측은 쉰들러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현대엘리 인수·합병(M&A)으로 그룹 전체 경영권을 흔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2대 주주인 쉰들러의 지분율은 3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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