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경제포럼] 남북, ‘만남의 장’ 늘리고 현물중심 인도적 지원 계속해야

입력 2015-07-0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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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림 국회의원·새누리당

지난달 30일 새누리당 국회의원 총 160명 가운데 4분의 3이 가입한 최대 규모의 공부 모임인 ‘통일경제교실’의 초청을 받아 ‘최근의 북한동향과 교류협력 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강연은 필자가 재경부 차관으로 재직하던 2003~2005년 기간 중 총 10차례(6차례 방북) 남북회담을 이끌었던 경험과, 최근까지 국가정보원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보위원장으로 재직하며 파악한 북한의 정치·경제 동향에 기초해 진행했다.

우선 최근의 북한 동향은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강압·공포 통치의 확대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고위층 70여명이 처형당했는데, 이는 집권 초기 김일성(3명), 김정일(10명)의 처형 인원과 비교하면 무려 7~10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처형 사유는 김정은에 대한 권위 훼손, 지시 불이행 등 권력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고사총에 의해 처형당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처형 방식은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다. “고사총 앞에 서고 싶지 않으면 똑똑히 하라우”, “소신 세우려면 목숨 걸라우” 등 자조 섞인 농담이 유행할 정도라고 한다.

두 번째는 선군정치가 유지되는 가운데 경제를 중시하는 흐름이 곳곳에서 확인된다는 점이다.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의 무역성, 합영투자위원회, 국가개발위원회를 통합한 대외경제성을 출범시켰으며, 최영건(건설·건재), 임철웅(철도), 김덕훈(전기·중기계) 등 경제통으로 불리는 인사 3명이 내각 부총리로 기용되고, 북한 시장을 상징하는 ‘장마당’이 김정은 집권 이후 2010년 200개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나 2015년에 400개 이상으로 급증한 점이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세 번째는 김정일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김정은의 예측 불가능한 행태다. 김정일 집권시기에는 도발과 대화의 전환주기가 4~6개월이고, 강경-유화 국면이 순차적으로 전환됐으며, 실제 대화에서도 어느 정도 절충 가능한 안이 제시됐다. 이에 반해 김정은 집권 이후에 도발·대화 전환주기가 2~3개월로 줄어들고, 강경·유화 조치가 중첩돼 모호성이 증가했으며, 5·24조치 해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수용 불가능한 사항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는 등 대화 자체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남북 교류협력 방향은 다음 3가지 기조에 기초해 단절 없이 이뤄져야 한다.

첫째, 만남은 계속되어야 한다. 정상회담 같은 대형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대북 특사, 각급 회담, 실무자 접촉 등 작은 규모라도 지속적으로 교류의 끈은 이어져야 한다. 2008년 평양 대마방직 준공식에 우리 측 국회의원들의 방북 신청이 불허되고 역으로 필자가 초청된 사례에서 보듯 만남으로 맺어진 인연은 시간이 지나서라도 다시 이어지게 마련이다.

둘째, 인도적 지원은 북한이 원하는 것을 제때 반드시 현물로 지원해야 한다. 특히 쌀을 포함한 식량 지원은 100년 내 가뭄을 주장하고 있는 지금이 적기다. 북한이 필요한 식량은 연간 500만톤 정도인데 풍년이 들어도 최대 450만톤 이상을 생산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매년 50만톤가량이 부족하다고 한다. 1995~2010년 사이 9차례 이뤄진 식량 지원도 연간 40만~50만톤 수준이었다. 쌀 40만톤은 40kg짜리 포대 1000만개에 해당하며 북한의 가구수 600만을 고려하면 가구당 1~2포대씩 돌아가는 양이다. 식량이 소비되고 난 뒤에서도 ‘대한민국’이라고 인쇄된 포대가 북한 주민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쌀 지원은 단순한 식량 지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마지막은 본격적 통일 재원 마련을 위한 논의다. 연간 83조(KDI)~276조원(통일연구원)으로 추계되는 통일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예산(375조원)의 5%를 통일지출로 전환(20조원) △부가가치세(59조원)를 현행 10%에서 12%로 인상(12조원) △소득세·법인세(110조원) 부담을 추가로 10% 정도 늘리는 방안(11조원) △국채를 발행하는 방안(국가채무 비율 1%포인트 상승 시 5조원) 등을 검토할 수 있다. 통일성금(국민 73.5% 비용부담 의사/한국리서치), 금 모으기(외환위기 당시 227톤), 기념 금화 발행 등 민간에서 지원 가능한 대안도 검토해 나가야 한다. 정부와 민간의 부담을 넘어서는 부분은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동북아개발은행(NEADB, 설립논의중) 등 국제기구를 통한 투자를 이끌어 내는 것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통일은 최고의 경제정책이자 최선의 안보대책이다. 준비하는 만큼 앞당겨질 통일을 기다리며 만남을 이어가고, 지원을 계속하고, 재원을 준비하는 논의가 본격화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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