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표절의 현주소와 심각성은? [배국남의 포토]

입력 2015-07-0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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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작가 신경숙의 소설 ‘전설’(1996년)이 일본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우국’(1983년)을 표절했다는 소설가 이응준의 주장이 담긴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6월 16일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은 문학계의 추악한 얼굴을 드러냈다. 표절 주장의 파장이 커지자 신경숙 작가는 6월 17일 “해당 작품(‘우국’)을 알지 못 한다”며 표절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신경숙의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에 대한 의식적이고 명백한 표절”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이어지고 언론까지 가세해 비판을 고조시키자 6월 23일 신경숙 작가는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 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말장난 해명을 이어갔다.

▲1999년 일본 드라마를 표절해 방송 중단된 '청춘'(사진=MBC제공)

▲방송초반부터 일본 '젠코쿠 노도지만'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전국노래자랑'(사진=KBS제공)

▲김수현 작가의 '사랑이 뭐길래'의 표절판정을 받은 '여우야 뭐하니'(사진=MBC제공)

신경숙 반응과 해명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필자의 1999년 드라마 ‘청춘’표절 제기에 대한 담당 PD의 반응이었다. 너무나 유사했기 때문이다. ‘청춘’PD는 표절 원작 드라마를 알지도 못하고 그래서 본적이 없다며 법적 소송 운운했었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 사태는 대중문화의 표절 상황도 목도하게 만든다. 보다 많은 이윤을 창출하려는 산업적 가치가 문화적 가치를 압도하고 있는 음악, 방송, 영화 등 대중문화 분야의 표절 문제는 문학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대중음악계 역시 2013년 방송된 MBC ‘무한도전-자유로 가요제’의 프라이머리의 ‘아이갓씨(I Got C)’의 카로 에메랄드의 ‘리퀴드 런치’ 표절문제에서부터 작곡가 김신일이 지난 2011년 7월 박진영이 작곡한 KBS2 TV 드라마 ‘드림하이’ OST‘썸데이’가 자신이 2005년 작곡한 ‘내 남자에게’를 표절했다며 법정소송을 진행해 2013년 표절 혐의를 인정해 피고 박진영에게 5,693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까지 표절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0년 이효리 4집 앨범 수록곡 14개 중 ‘하우 디드 위 겟(How Did We Get)’, ‘브링 잇 백(Bring It Back)’등 무려 6곡이 거의 표절로 판정나는 최대 표절사건도 있었다. 이밖에 수많은 대중음악들이 표절시비에 휘말리거나 표절판정을 받았다.

▲2013년 방송된 '무도-자유로 가요제'에 소개된 프라이머리의 '아이갓씨'가 표절주장이 제기돼 음원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당했다. (사진=MBC제공)

▲2010년 발표된 이효리의 4집 앨범 'H-Logic' 수록곡 14개중 6개가 표절로 판정나 대중음악계에 큰 충격을 줬다.

영화 분야 역시 표절문제를 피해가기 어렵다. 1964년 신성일 주연의 흥행작‘맨발의 청춘’이 일본 영화 ‘흙탕속의 순정’을 표절했다는 주장부터 1990년대 히트영화 영화 ‘접속’이 일본 영화‘하루’의 주요한 모티브와 장면을 베꼈다는 주장까지 한국영화 표절 문제는 끊임없이 불거졌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광해, 왕이 된 남자’가 헐리우드 영화 ‘데이브’를, ‘베를린’은 소설 ‘차일드44’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성일 주연의 '맨발의 청춘'이 일본영화 '훍탕속의 순정'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다. (영화 '맨발의 청춘'포스터)

▲할리우드 영화 '데이브'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스틸컷)

일본 시사주간지 AERA가 지난 1999년 12월 8일자에서‘한국TV 들치기(베끼기) 유행’이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한국 방송이 표절을 일삼고 있다며 30여개가 넘는 프로그램에 대한 일본 프로그램의 표절과 모방 정도를 상세히 보도한 적이 있다. 한국방송프로그램의 표절의 추잡한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30여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KBS ‘전국노래자랑’은 시작 때부터 일본 NHK ‘젠코쿠 노도지만’과 포맷이 유사해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MBC 드라마 ‘청춘’(1999년)은 표절이 드러나 방송이 중단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고, ‘여우와 솜사탕’(2002년)은 김수현 작가의 ‘사랑이 뭐길래’를 표절해 작가 퇴출 등 제작진 징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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