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7일(현지시간) 빈 손으로 벨기에 브뤼셀에 나타나자 유럽연합(EU)이 결국 최후통첩을 내렸다.
블룸버그통신이 8일 긴장과 격앙된 분위기 속에 치러진 전날 EU 정상회의 분위기를 소개했다. 통신은 지난 5개월간의 드라마(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의 협상)가 헛된 기대와 불쾌한 놀람 속에 끝날 전망이며 유럽 지도자들은 치프라스 총리에게 자신들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마음의 준비가 됐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EU 정상들은 “치프라스 총리가 그동안 유럽 유권자와 납세자가 그리스 국민을 돕고자 행했던 노력을 감사해 하지 않았다”면서 “지역 내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식 발표가 끝난 뒤 이어진 사적인 대화에서 EU 지도자들은 치프라스의 그리스 사태에 대한 접근법과 이로 인한 결과를 거친 언어로 성토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EU 관리 6명은 베일 속에 가려졌던 정상회의 당시의 이런 분위기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다른 이의 비용을 대가로 벌이는 그리스의 파티는 이제 끝날 시간이 다가왔다”며 “유럽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새 그리스 정부의 무책임한 행동에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할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크 루테 네덜란드 총리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하려면 ‘기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셉 무스캣 몰타 총리는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와 유럽 다른 나라 사이에 ‘거대한 신뢰의 틈’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체)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는 “우리는 그렉시트 시나리오 세부사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유로그룹 회의는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신임 재무장관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찼다. 허세를 부리면서 협상 상대방을 화나게 했던 전임자인 야니스 바루파키스와는 다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 그러나 분위기는 곧 싸늘해졌다.
참석자들은 차칼로토스가 그리스 개혁안을 아무 것도 들고 나오지 않은 것에 격분했다. 요한 판 오페르트벨트 벨기에 재무장관은 “그리스 새 재무장관이 자국 상황을 잘 설명해줄 좋은 프리젠테이션을 할 것으로 많이 기대했지만 아무 제안이 없었다”며 “그리스가 유로그룹의 다른 멤버가 느끼는 것과 같은 절박함과 심각성을 깨닫기 바란다”고 말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유럽중앙은행(ECB)과 EU 집행위원회 관리들에게 그렉시트에서 다른 EU 국가를 보호할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하라고 요구했다.
유로그룹 회의가 아무 성과없이 끝나고 EU 정상회의도 그리스에 대한 성토장으로 바뀌었다. EU 정상들은 회의가 끝나고 나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브리핑을 들은 뒤 그리스에 5일간의 데드라인을 주는 최후통첩을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