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포 세대와 소녀시대 ‘파티’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07-09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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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7일 오후 6시, 공무원 학원 등 취업준비 학원이 밀집한 서울 노량진 거리.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고 돈을 아끼려는 취업준비생들이 길가에 서서 컵 밥을 먹고 있다. 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쏟아져 나오는 지친 취업준비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길거리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이 귀를 붙잡는다. ‘완전 반해 반해 버렸어요 /부드러운 목소리에 /반해 반해 버렸어요/ 난 떨려/…가슴이 쿵쿵대 나도 모르겠어/ 심쿵해 나 어쩌면 좋아 /자꾸만 네 품에 꼭 안기고 싶어 baby’(AOA ‘심쿵해’) ‘너만을 유혹하는 춤/ 심장에 매력 발산 중/손끝만 스쳐도 막 쿵쿵쿵쿵 Oh!/…날 자꾸 흔들어 흔들어/ 놀라게 흔들어 밤새 나와 Shake it baby’(씨스타 ‘Shake It’)

20~30대 수많은 젊은이가 치솟는 물가, 등록금, 취업난, 집값 등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을 미루는 3포 세대로 전락했다. 그리고 이제는 인간관계까지 단절하는 4포 세대, 내 집 마련을 생각조차 안 하는 5포 세대, 심지어 희망과 꿈마저 포기하는 7포 세대가 속출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늘어나는 포기의 숫자는 대한민국 현실과 그 현실을 버티고 사는 젊은이들의 절망과 좌절 지수이기도 하다.

청년실업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5월 평균 청년실업률(15~29세 기준)은 10.1%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냉혹한 청년고용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시 산하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거주 청년들의 ‘실질’ 실업률은 무려 31.8%에 달한다. 실업자 숫자에 휴직자, 취업 준비자, 구직 단념자를 포함한 수치다. 청년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실업상태인 셈이다. 취업자 중에서도 신분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계약직 청년들이 수두룩하다.

“사는 게 너무 힘들다. 화장해서 뿌려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 5월 25일 경기 부천의 한 아파트에서 29세, 31세, 33세의 세 자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중 두 사람은 취업을 못했고 한 사람은 최근 실직을 했다. 한국의 청년 자살률은 세계보건기구가 조사한 60개국 중 9위로 청년 10만 명 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24.3명(2011년 기준)에 달한다. 취업난 등 현실의 어려움과 사회안전망 부재로 인해‘청년 고독사’까지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잔혹한 숫자마저 희망을 잃고 좌절하는 현실 속 청년들의 고통을 제대로 드러내 주지 못한다.

하지만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에는 7포 세대로 대변되는 청년들의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걸그룹 대전’이라는 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올여름 접어들면서 쏟아져 나오는 걸그룹의 신곡에는 오로지 남자를 보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여자와 파티를 즐기는 젊은이들만이 존재한다. 걸그룹의 노래에는 우리사회에서 절망과 좌절에 고통받는 99% 청년들의 현실은 거세된 채 1% 젊은이의 화려한 사랑놀음만이 넘쳐나고 있을 뿐이다.

대중예술평론가 이영미가 ‘한국대중가요사’에서 적시했듯 대중의 경험과 욕망이라는 항을 경유해 대중음악에 드러난 세계의 모습은 반드시 사실적이거나 현실적이거나 올바른 것은 아니며 대중이 지니고 있는 꿈과 환상, 착각 등이 대중음악 속에 많이 드러난다. 대중음악의 중요한 기능중 하나가 대중의 욕망충족이다.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대중음악은 또한 현실을 반영하고 대중의 경험을 드러내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게 하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해야 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하지만 걸그룹의 노래에는 현실도피를 조장하는 사이비욕망의 그림자만 가득할 뿐이다.

허겁지겁 컵 밥을 먹고 취업준비 학원으로 향하는 한 취업준비생의 어깨위로 ‘We can’t stop stop stop 여긴 Party time! 이대로 계속 Party time!…P A R T Y, P A R T Y 레몬 소주, 난 테킬라, 넌 모히토 가자 제주, 캘리포니아, 로마까지 하얀 진주 품은 바다 멋진 파도 Finito PARTY PARTY Party time’소녀시대의 신곡 ‘PARTY’가 울려 퍼진다. 2015년 7월 7일 오후 11시, 대한민국 서울 노량진의 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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