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농구(NBA) 스타들이 8일(현지시간) 밤 느닷없이 트위터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이모티콘을 올리기 시작했다. 또한 한 선수의 집에 우르르 몰려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다른 사람이 오는 것을 막았다.
이는 자유계약(FA)으로 이제 막 새 계약서에 서명을 앞둔 로스앤젤레스(LA) 클리퍼스 센터 디안드레 조던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라고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디안드레 조던은 키 2m11cm로 2015년 올해의 수비수 퍼스트팀에 선정된 센터다. 자유투를 못 넣고 공격력이 약하지만 막강한 수비 장악력을 가진 그를 영입하기 위해 여러 팀이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조던은 지난주 댈러스 매버릭스와 구두계약을 맺었다.
사실 구두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이를 뒤집은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댈러스는 안심하고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NBA는 지난 1일 FA 시장이 열렸지만 다음 시즌 샐러리캡을 비롯한 세부 조항이 모두 결정된 뒤에야 정식 계약이 가능해 아직 디안드레 조던은 서명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날 오후 ESPN이 조던이 원 소속팀인 LA 클리퍼스로 돌아가고 싶어하며 클리퍼스도 그가 다시 팀에 합류하도록 로비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모티콘 전쟁이 시작됐다. 이런 기묘한 전쟁은 NBA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ESPN 보도 직후, 정확히 이날 오후 2시 2분(미국 동부시간 기준)에 매버릭스의 가드 챈들러 파슨스가 비행기 이모티콘을 트위터에 남겼다. 이는 파슨스가 현재 조던이 사는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파슨스는 조던을 영입하기 위해 그와 같이 술도 마시고 식사했다. 비행기 이모티콘은 조던을 설득하기 위한 마지막 절박한 시도였다.
클리퍼스가 9분 뒤 맞불을 놓았다. 클리퍼스 가드 J.J. 레딕은 트위터에 자동차 이모티콘을 올렸다. 그는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즌이 끝나고 나서 휴식을 취하는 중에 파슨스의 이모티콘을 보고 그도 바로 조던에게 차로 달려가고 있다는 뜻을 남긴 것이다.
클리퍼스 파워포워드 블레이크 그리핀은 이날 오전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다는 트윗을 날렸으나 상황을 알게 된 뒤 비행기와 헬리콥터, 자동차 이모티콘을 남기고 바로 휴스턴으로 향했다. 클리퍼스 가드 크리스 폴은 바나나와 보트 이모티콘을 트윗했다. 크리스 폴도 다른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와 바나나보트를 타고 휴가를 즐기고 있었으나 바로 조던에게 간다는 뜻을 표시한 것이다.
올해 클리퍼스에 합류하는 백전노장 폴 피어스는 로켓 이모티콘을 올렸으나 그가 실제로 조던 집에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WSJ는 덧붙였다.
폭풍의 중심에 선 조던은 침묵을 지켰다. 그는 매버릭스와 관련해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았고 이모티콘도 없었다.
한 차례의 이모티콘 전쟁이 끝나고 그리핀이 트위터에 조던 집 내부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한 트윗에는 의자로 문을 막아놓은 사진과 함께 “가구 배치에 동의하지 않겠지만 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후 여러 매체들이 클리퍼스의 동료들이 계약을 맺기 전까지 조던과 함께 댈러스 관계자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슨스는 물론 매버릭스 구단주 마크 큐반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야후스포츠는 조던이 동료들과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SPN은 비디오 게임도 즐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파슨스는 이날 밤 10시41분 두 번째 트윗에서 조던을 클리퍼스에 빼앗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는 “내가 펌프 페이크(농구 속임수 동작)에 당한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하루 만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모티콘 전쟁은 LA 클리퍼스가 공식 트위터에 9일 새벽 12시5분 올려진 트윗으로 끝이 났다. 이 트윗은 “홈은 너의 심장이 있는 곳”이라는 글과 함께 조던이 클리퍼스와 계약을 맺었음을 전하는 것이었다. 심장 또한 이모티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