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균 기자의 B하인드] 신세계그룹 임원의 유지경성 자세

입력 2015-07-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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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균 정보통신팀장

중국의 수천년 역사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 그중에서도 나라가 세워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인재가 소중하다는 사실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한나라를 개국한 유방, 후한의 광무제 유수, 위나라의 무제 조조, 촉한의 소열제 유비, 명나라의 태조 주원장 등은 중국 역사를 장식한 인물들이다. 이들이 나라를 건국하는 과정에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훌륭한 인재들이다.

이들 중 유수(훗날의 광무제)의 밑으로 들어가 후한을 일으킨 경엄도 그렇다. 그로 인해 ‘유지경성(有志竟成)’이란 말이 생겨났으니 말이다. 유지경성이란 후한서(後漢書)의 ‘경엄전’에 실린 고사에서 유래했다. 뜻을 올바르게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경엄은 원래 선비였는데, 무관들이 말을 타고 칼을 쓰며 무용을 자랑하는 광경을 본 뒤로 자신도 장차 대장군이 돼 공을 세우고자 마음먹었다. 나중에 유수가 병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 그의 수하가 된 뒤로 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경엄이 유수의 명을 받고 장보의 군대를 치러 갔을 때의 일이다. 당시 장보의 군대는 전력이 상당히 두터워 공략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장보는 요처에 병사들을 배치하고 경엄을 맞아 싸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수세에 몰렸다. 이에 장보가 직접 정예 병사들을 이끌고 공격했다. 장보의 군대가 쏜 화살이 경엄의 다리에 맞아 부상이 심했다. 경엄의 부하가 잠시 퇴각한 뒤에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공격하자고 권했다. 그러나 경엄은 “어찌 적을 섬멸하지 못하고 주상께 골칫거리를 남겨 드릴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고는 다시 군대를 이끌고 장보를 공격했고 결국 승리했다.

이에 유수는 “(경엄) 장군이 전에 남양에서 천하를 얻을 큰 계책을 건의할 때는 아득해 실현될 가망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뜻이 있는 자는 마침내 성공하는군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유지경성의 유래를 보면서 최근 T커머스 사업권을 쥔 신세계그룹이 떠올랐다. 신세계그룹의 T커머스 사업권은 20년 숙원사업인 TV홈쇼핑의 한을 대신 풀어준 값진 성과였다. 텔레비전과 상거래가 결합된 T커머스는 일방향인 TV홈쇼핑과 달리 양방향으로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방송서비스다.

신세계그룹이 T커머스 사업권을 따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처음 정부에 승인을 요청하는 의사를 타진했으나 반대 입장이 확고했기에 선뜻 신청서 내기도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홈쇼핑 업계도 계속해서 견제가 들어왔다. 사면초가의 상황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그룹 내에서도 T커머스 사업을 전면 보류하거나 포기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이 같은 역경 속에서도 신세계그룹의 K 임원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K 임원은 재도전 의지를 피력하며 올해 다시 정부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예상대로 분위기는 그다지 좋게 흐르지 않았던 것 같다. 심사 일정이 한 달 정도 미뤄지면서 불안감이 더해졌다. 이마트 대표이사(CEO)도 청문회에 직접 나와 거들었지만 심사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심사 결과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또 실패한 게 아니냐는 우려감마저 감돌았다. 그럼에도 K 임원은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마침내 기다리던 승인권을 통보 받았지만 K 임원은 신사업에 대한 도전이라는 긴장감이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T커머스라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경영자의 지원도 컸지만, 이에 못지않게 K 임원의 역할도 컸다”며 “K 임원의 뜻이 워낙 강했고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도 뚜렷했다”고 귀띔했다.

일부 대기업의 경영진 중에는 보신주의에 빠지거나 단기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악수를 두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점심 자리에서 나눈 대화도 그랬다. A 그룹이 위기 상황으로 내몰린 것은 이전 최고경영자의 경영 실책 때문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비춰볼 때 K 임원의 유지경성 자세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신세계그룹에 경엄 같은 인물이 K 임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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