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업을 하는가 10] 불가능을 가능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원동력, ‘초심(初心)’

입력 2015-07-1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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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규 웰크론그룹 회장

어린시절 아버지의 사업실패 보며

“제대로 된 회사 만들겠다” 목표

첫 사업, 4개월 만에 쓴맛 경험

“잘 아는 것 해보자” 극세사 승부

“정 주던 사람은 모두 떠나고 서울 하늘 아래 나 홀로…”

‘59년 왕십리’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왕십리의 밤거리에 얽힌 애환과 사랑을 담은 노래로, 저 또한 59년 왕십리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인생의 첫 목표이자, 비전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 스스로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어 이끌어 보겠노라는 것이었습니다.

비누 공장을 운영하던 선친 덕에 제법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던 저는 중학생 시절, 부친의 어음 부도로 인해 일순간에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고 온 가족이 거리로 내몰리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자존심이 강하며 고집이 센 사춘기 소년이었던 저는 집안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어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어 보란 듯이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간절한 목표의식 덕분이었습니다.

대학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한 저는 졸업 후 동양나일론(현 효성)에 입사해 극세사 개발 파트에 근무하며 극세사와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후 몇 개의 회사를 거쳤지만 저는 단 한순간도 목표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내가 한 회사의 대표가 되어 회사를 제대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직장생활을 할 때부터 정직하게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밤낮없이 열정적으로 일하고 배웠습니다. 그로 인해 사장의 가족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부지기수, 마침내 92년 웰크론의 전신인 ‘은성코퍼레이션’을 창립하게 됐습니다.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2000만원으로 사무실을 얻고 후배 2명과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오더량이 많지 않았던 데다 원단 대금으로 받은 돈을 거래업체의 부도로 잃게 되면서, 4개월 만에 사업자금이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절망 속에서 사업을 그만두어야 하나 생각했지만 한두 번 실패한 것 가지고 좌절하고, 꿈을 포기하기에는 제 열정은 너무도 컸습니다. ‘내가 잘 아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직장생활 당시 참관했던 일본 섬유전시회에서 한 업체가 의류용으로만 사용되던 극세사로 안경닦이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났습니다. 극세사 후가공은 제가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였습니다. 그래서 처음 독일에서 극세사 클리너 원단 오더 문의를 받게 됐을 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샘플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타고 다니던 자동차를 팔아 직원들 월급을 주었습니다. 직접 할부로 구입한 봉고차를 몰고 대구에 있는 염색공장에서부터 신림동 산동네에 있는 봉제공장까지 원단을 실어 나르며 전국의 임가공업체를 돌아다녔고, 샘플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그 결과 개발된 샘플을 받은 독일 바이어가 품질에 만족해 실제 납품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의 사업 방향과 비전을 세우게 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창업 초기의 기업들을 보면 ‘회사가 어려우니 월급을 늦게 주어도 직원들은 이해하겠지’라는 생각에 습관적으로 월급 지급을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함께 이끌어가는 일원으로서 직원에 대한 약속, 거래처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필수 원칙입니다. 직원이 행복하고 파트너가 잘돼야 회사도 성공합니다. 사람 없이 기업은 존속할 수 없고 성장할 수 없기에 ‘기업이 곧 사람’이라는 신념은 아직도 제게 가장 확고한 철학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도 현장경영을 실천하며 웰크론그룹의 영업과 생산 현장을 직접 찾아 다닙니다. 알레르기 방지 기능성 침구를 주력으로 하는 대리점 브랜드 ‘세사리빙’, 백화점브랜드 ‘세사’, 할인점 브랜드 ‘세라피’ 등 유통 매장은 물론, 웰크론의 음성공장, 웰크론강원의 화성·안성 공장 및 평택항 조립현장, 웰크론한텍이 수주한 건설 프로젝트 현장, 웰크론헬스케어의 인천공장, 베트남 호찌민 소재 웰크론글로벌비나 공장 등을 방문해 현장 직원들을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전역을 직접 발로 뛰며 해외 거래처를 개척하고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절에도 직원 월급만은

‘기업이 곧 사람’ 경영철학으로

성공에 안주하는 순간 위기 시작

책임?도전… 늘 깨어있으려 노력

‘초심’을 잃고 ‘경영자’라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히는 순간 주변에 도사린 위기를 눈치채지 못하고 방만해질 수 있으며, 그간 모두가 노력해서 이룬 것들을 단번에 잃을 수 있습니다. 기업은 나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삶의 터전이고, 그들이 꿈꾸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경영자는 늘 깨어 있어야 하며, 그 누구보다 책임감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모두의 선봉에서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97년 해외에서 웰크론의 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게 되면서 오더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생산시설 확장과 공장 마련이 시급했는데 자금이 부족해 은행 대출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점이 바로 IMF 외환위기가 도래하기 직전으로, 은행 대출이 불가한 때였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발주처의 오더를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은행을 방문했습니다. 어렵게 만난 지점장을 1시간에 걸쳐 설득했고, 다행히도 저를 믿어준 덕분에 대출을 받아 공장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기쁨도 잠시,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공장부지 비용은 물론, 기계수입비에 통관비, 외화대출로 인한 이자 비용이 2배로 늘어나는 어려움을 겪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신규 설비를 활용해 개발한 제품이 우수한 품질로 해외바이어로부터 호평을 받게 됐습니다. 수출 물량이 급증하고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웰크론은 수출 분야에서 보다 큰 환차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 97년 28억원이던 매출이 98년에는 88억원으로 3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부끄러움도 잊게 만든 ‘목표에 대한 열정’이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때의 초심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웰크론은 끊임없는 기술개발, 적극적인 시장 개척을 통해 창립 10년 만인 2001년에 극세사 클리너가 지식경제부가 선정한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된 데 이어, 2002년에는 극세사 목욕용품이, 2007년에는 청소용 극세사 섬유제품이 세계일류 상품으로 선정되면서 세계적으로 극세사 후가공 분야에 대한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저는 무역 발전 및 수출 증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제48회 무역의 날에 철탑산업훈장을 받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저의 도전정신과 자신감, 그리고 저를 믿고 따르는 직원들의 신뢰가 더 큰 목표를 세우게 했습니다. 물론, 기업가에게 도전이란, 어떠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향해 뛰어드는 과감함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그에 따른 막중한 책임감도 뒤따릅니다. 저는 오랜 시간 전문가들의 조언과 각 사업 분야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웰크론의 기술을 적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여성용품 전문기업 웰크론헬스케어, 산업용 플랜트 전문기업 웰크론한텍, 에너지 플랜트 전문기업 웰크론강원, 수처리플랜트 전문기업 엘림하이드로가 차례로 한가족이 되었습니다. 2012년에는 해외시장 진출의 전초기지인 웰크론글로벌비나를 설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가족사가 된 기업들은 사업분야가 긴밀하게 연결돼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주며 시너지를 창출해 매출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사업적인 시너지 이외에도 계열사 간의 협업과 핵심기능 통합을 통한 시너지도 올리고 있습니다. 이제 웰크론그룹은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 개척에도 앞장서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성공에 안주해 변화의 필요성을 망각하고 도태되는 순간 위기는 시작됩니다. 촉을 바짝 세우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생존해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시장 변화에 휘둘리기보다 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기르고 내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기업에 있어 이윤창출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 할 수 있음에도, 제가 R&D분야와 핵심인재 양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 그리고 제품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의 발전을 주도한다면 이윤창출은 물론, 그보다 더 큰 보람과 자긍심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웰크론그룹은 아토피,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을 개선하는 침구, 숙면을 유도해 노화를 방지하는 안티에이징 침구를 개발하고, 폐기물 처리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부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필요한 것,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투명한 경영활동을 통해 제공한다면 그 기업은 자연스럽게 영속성을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써 눈앞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죽이고 죽는 출혈경쟁이 아닌, 서로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건강한 경쟁을 벌인다면 모두가 상생하는 기업환경 또한 마련될 것입니다.

어린 시절, 보란 듯이 성공해 무너진 자존심도 집안도 일으켜 세우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성공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저는 수십 번도 더 자존심을 버려야 했습니다. 가장 낮은 위치에서, 어려웠던 시절의 초심을 기억하며, 내가 나서야 하는 자리라면 지위도 직책도 잊고 목표를 향해 직접 부딪쳤습니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원했던 바를 이룬 것도, 또 다른 꿈을 위해 도전할 수 있게 한 원동력도 바로 이 ‘초심’에서 발현된 것이라 확신합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모두가 어려움에 직면한 요즘, 우리를 가슴 뛰게 했던 첫 마음을 다시 한번 기억하고, 움츠리기보다는 자신감을 갖고 꿈을 향해 달려가 보는 것이 어떨까요?

이영규 회장 프로필

1959년 서울 출생

영동고등학교 졸업

한양대학교 섬유공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ICP과정 수료·서울대학교 GLP과정 수료·서울대학교 패션산업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주)웰크론 회장·(주)웰크론강원 회장·(주)웰크론한텍 회장·(주)웰크론헬스케어 회장·(사)한국패션소재협회 회장·한국섬유산업연합회 이사

웰크론그룹 연혁

1992.05 은성코퍼레이션 창립(웰크론의 전신, 웰크론그룹의 시발점)

2000.03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2000.07 코스닥 시장 등록 및 매매시작

2007. 04 예지미인(웰크론헬스케어) 인수

2007. 12 웰크론으로 사명변경

2010. 01 한텍엔지니어링(웰크론한텍) 인수

2010. 02 강원비앤이(웰크론강원) 인수

2012. 01 웰크론그룹 이영규 대표이사 회장 선임

2012. 03 웰크론, 웰크론강원, 웰크론한텍, 웰크론헬스케어로 사명변경 및 웰크론그룹 통합 CI도입

2012. 10 웰크론글로벌비나 설립

2014. 02 엘림하이드로 가족사 편입

2014. 04 베트남에 신규법인 다이로이글로벌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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